“올 여름 왜 그러케 징그랍게 더웠대유? 머, 40년 만에 다가온 무더위라구 매스컴에서 호들갑을 떨기두 했는디, 진짜 참기 힘들 정도루 더웠던 건 사실 아닌감유? 훅훅 찌는 날씨에 숨 쉬기도 어려웠는디, 어떠케 그 무더위를 견뎌냈는지 지금 생각만 해두 ‘헉헉’거려지는 것 같애유.”
“그란디 정치하는 사람들이 열기를 부채질해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비등점(沸騰點)까지 올라가게 만든 거 같애유. 그래서 사람들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구 푹 절은 파김치처럼 흐물거리게 한 여름을 지내게 만들었나봐유.”
“나라를 이끄는 사람들이 왜 그러케 사람들을 지치구 힘들게 했대유? 국정원 댓글사건과 촛불시위로 한여름을 달궈 열불나게 하더니, 이 여름 끝자락에는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이 불거져 불길이 나라 전체루다가 번져 버렸는디, 언제까장 이렇게 살아야 한 대유.”
“보수면 어떠쿠, 진보면 어때유”
“원세훈이구 이석기구, 잘못한 걸 명명백백히 밝혀서 법대루, 엄중하게 처벌하면 그걸루 끝나는 거 아닌가유? 국민들이 좌우로 절반씩 나눠지게 하고, 서로 상대방이 쓰러질 때까지 죽기 살기로 ‘치킨게임’을 벌이게 하고 있는 이 현실이 여름이 끝난 지금까지도 나를 숨 막히게 만들고 있네유.”
“보수면 어떠쿠, 진보면 어때유, 서로가 헌법을 지키먼서 상대방을 인정하구 존중한다면 얼마나 좋겄어유. 지금은 구석기시대두, 신석기시대두, 이석기시대두 아녀유. 지금은 바로 세계화시대, 정보화시대, 살 떨리는 경쟁시대인디, 머땜에 지나두 한참 철이 지난 사상 논쟁 같은 것을 만들어서 핏대를 올리구 난리를 피냐구유. 그러다가 살벌한 국제경쟁에서 어떻게 살아남겠어요.”
“하두 시끄러우니께 술 한 잔도 맘 노쿠 못 먹겄드라구유. 좀 나이 드신 분들과 자리를 하면 나를 ‘종북 좌빨’인 것처럼 보구, 젊은 친구들은 ‘선배두 나이 먹으셔서 이젠 아주 수구꼴통됐나 봐’ 하먼서 들이대는디, 승질만 나지, 무슨 술 맛이 나겠냐구유.”
“나는 술안주루 과메기두 좋아하구, 홍어두 좋아유”
“나는 술안주루 과메기두 좋아하구, 홍어두 좋아유, 근디 왜 한가지만 먹으라구 야단들인지 몰루겄내유. 나는 자동차 핸들을 잡구 직진을 할려구 하는디, 왜 옆에서 좌회전 해라, 우회전 해라 하먼서 간섭을 하는지 그걸 통 모르겄더라구유. 내가 좌 건 우 건, 소속이 없으니께 이 쪽 저 쪽서 당하구 외톨이처럼 외로운 처지가 되고 말았네유.”
“이 대한민국서 수구꼴통, 종북좌빨이 과연 얼마나 되나유, 국민 대다수가 몇몇두 안되는 이 사람들한티 휘둘려 두동강나서 매일 쌈질이나 하는게 머가 좋다는지 정말로 답답해유. ‘새우싸움에 고래등 터지는 꼴’이되고 만 거 같아유.”
“바다루 향하는 큰 강물이 어디 맑은 물만 있나유. 하수구 물두, 똥물두 다 품구 유유히 대해(大海)루 흘러가쟎아유? 우리사회두 이젠 그런 자세루다가 너그럽구, 유유하게 좀 더 성숙한 모습으로 앞으루 나가야 한다구 믿어유.”
“그라구 지난 여름 나를 진짜 즐겁게 한 건 류현진이에유”
“나는 지난 여름 하두 어이 없구, 답답한 일이 생길때마다 ‘허허허허, 하하하하’ 하구 그냥 웃어버리는 버릇이 생겼어유. 나두 몰루게 큰 소리 웃어버리니께 기분이 이상해지구, 묘한 카타르시스두 느껴지드라구유, 거기다 더위와 짜증두 덩달아 싹 가시대유. 척서(滌署)법이 따루 없더라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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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호호’, 더위를 날리게 하는 즐거운 순간들이었지유. 이번 가을에는 지루하구, 고루한 사상 논쟁 같은 것은 사라지구 좀 더 신나는 일들이 많아졌으먼 좋겠어유. 즐거운 추석 되세유.”
이헌용(본 클럽 이달의기자상 심사위원장 / 전 경향신문 중부본부장)
이헌용 mogyoclub@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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