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소리

며칠 전 아침 산책길에서 문득 들리는 소리.
귀뚜라미 소리.
찍 찍~,  찍 찍~  크게 들렸다 작게 들렸다 반복되는 소리.
문득 `이제야 가을이 왔구나‘. 
 
가을이 오면 늘 반복되는 귀뚜라미 소리였지만,
올 가을에는 좀 다른 생각이 납니다
그것은 `저 귀뚜라미가 지난 추운 겨울을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하는 의문입니다.
내가 일 년 열 두 달 아침마다 지나가는 산책길은
비가 오면 빗물이, 눈이 오면 흰눈이 쌓이는
음습한 곳인데도 말입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면서
‘나는 이제야 귀뚜라미의 진정한 소리를 듣는구나’ 하고 탄식하였습니다.
나이 팔십이 내일, 모레 다가오는 이 즈음,
겨우 귀에 들려오는 소리를 알아듣는 듯합니다.

한밭에서 愚山

김세영(본 클럽 고문 / 전 조선일보 기자)
 

김세영  mogyoclub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