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무역규모 1조 달러, 세계 12위 경제대국으로

8월15일은 광복 68주년이자 건국 65주년이다. 일제치하 36년을 벗어나 자주독립을 쟁취한 날이요, 정부가 출범한 건국일이다. 해방 후 비록 남북이 분할되고 6,25전쟁으로 동족상잔의 아픔을 맛보았지만 남쪽 대한민국은 이제 자유민주주의를 뿌리내려 당당히 선진국대열에 합류했다.

한국은 지금 세계 250여 국가 가운데 12∼13위의 경제대국으로 급성장했다. 무역규모가 한 해 1조 달러를 넘는 무역대국이다. 매년 1,000만 명이 해외에 나가고, 또 1,000만 명이 한국을 찾는 관광대국이기도 하다. 지난해 한국의 브랜드 자산 가치는 1조6,000억 달러(약1,770조원)로 세계 주요 39개국 중 9위였다.

세계 속의 코리아를 숫자로 살펴보자. 면적은 10만 평방 km로 세계 109위에 불과하지만 인구는 5,000만 명으로 인구밀도가 세계 3위인 빡빡한 나라다. 서울은 세계 10대도시에 아시아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세계 10대 미녀도시다.

한글은 세계 최우수언어로 몽골, 인도네시아와 아프리카 등 여러 나라에 수출되고 있다. 과학기술은 세계 6위, 외환보유 세계 4위, 휴대폰과 가전기기 등 전자제품 판매도 세계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디지털 기기소비자로서의 한국인은 세계 최고의 눈높이와 활용능력을 갖추고 있다. 선박수주량도 세계 1위이고, 초고속 인터넷 접속 세계 1위, 자동차생산 세계 5위, 인천공항은 세계 서비스 8년 째 세계 1위다.

전자•자동차•선박수주•스포츠•한류 등 정상급부상

세계에서 고속철도기술을 보유한 다섯 번째 나라이고 동•하계올림픽과 월드컵축구, 세계육상 등 4대 스포츠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일본 등에 이어 6번 째 개최하는 스포츠강국이다. 국제기능올림픽에서는 올해 18번째 우승했다. 드라마와 한류, K팝 열풍은 세계를 휩쓸고 있다. 대학진학률은 미국, 일본에 앞서 세계 최고다. 평균지능지수도 세계 1위(107)로 두뇌 좋기로 정평이 나있는 유태인을 뛰어 넘는다.

우리가 이렇게 급성장할 수 있었음은 건국대통령인 이승만의 자유민주체제 선택과 경제기반을 확고하게 다진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입국에 힘입은바 크다. 1961년 우리는 1인 당 국민소득이 82달러였다. 그러나 당시 카카오나 팔아 입에 풀칠하던 아프리카의 가나는 179달러로 우리의 2배가 넘었다. 그런데 52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2만 달러를 넘었고, 가나는 아직도 1,000달러를 밑도는 극빈한 나라로 처져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세계에서 7번째로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와 인구 5천만 이상 달성한 나라가 됐다. 소위 20-50클럽에 가입한 것이다. 여러 지표에서 보듯 우리나라는 지금 역사상 최고의 번영을 누리고 있다. 최근 두 차례의 외환위기를 슬기롭게 넘겨 세계인을 놀라게 했고 국가신용등급도 계속 안정적이다. 신문방송을 보면 금방 경제가 거덜 나고 사회가 휘청거릴 듯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남보다 앞선 개방으로 국제경쟁력을 키웠다. 치안도 비교적 잘 돼 있어 밤 10시가 넘어 젊은 여성들이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물 값과 전기 값이 우리처럼 싼 나라가 어디 있는가? 공무원의 민원처리가 우리나라처럼 빠르고 정확한 나라도 없다. 저렴하면서도 완벽에 가까운 의료보험제도는 서구 선진국들이 부러워할 정도다. 경쟁력과 잠재력이 서구 선진국에 비해 조금도 손색이 없다.

건국대통령 이승만과 산업대통령 박정희의 功 커

외국에서는 짧은 기간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한국의 급성장을 귀중한 연구대상으로 주목하고 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기회 있을 때마다 한국을 배워야한다고 강조한다. 새마을 운동을 공부하러오는 나라들도 많다. 그런데도 일부 학자들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부정하고 잘못된 이념에 경도돼 문제점을 비판하는 작업에만 몰두한다. 연구대상으로서의 한국현대사가 갖는 가치를 우리나라 학자들만 외면한다.

물론 불안한 구석도 없지 않고,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가려면 갈 길이 멀다. 우선 60여년 넘게 남북이 분단된 채 총칼을 맞대고 있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북한의 핵을 앞세운 벼랑 끝 전술은 우리를 곤혹케 한다. 수십 차례 남북회담을 하고 있지만 그들의 기만전술에 번번이 농락당하고 있는 처지다. 과거 좌파정권 10년 간 많은 돈을 퍼다 주었지만 되돌아온 것은 천안함 사건과 연평해전 뿐이라면 지나친 말일까.

지난50여 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그 이면에는 갈등과 불신, 분노로 얼룩진 어두운 현실이 공존하고 있다. 보수와 진보 간의 이념적 대립, 젊은이와 노년층의 세대 간 대결, 부자와 빈자의 계층 간 대립, 아직도 존재하는 망국적인 지역 갈등, 도덕적 타락과 근절 안 되는 부정부패의 심화 등이 우리 사회를 옥죄고 있다. 또 후진을 벗어나지 못하는 정치문화는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우리의 부끄러운 자화상을 살펴보자. 출산율은 겨우 1.2명으로 세계 최하위권이다. 앞으로 7년 후부터는 인구가 감소한다.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45.2명으로 OECD 국가 평균 24명의 2배 가까운 수준이다. 사망원인의 21.5%가 자살(2006년)이다. 낙태수술은 신생아의 80%에 상당한다. 매년 34만 명 정도가 임신중절로 희생된다. 교통사고 사망률은 러시아, 폴란드에 이어 세계 4위, 남녀불평등지수는 122위다.

北核 위협과 이념•세대•지역•빈부 간 갈등 해소를

부패지수는 OECD국가 중 22위권이다. 선진국에서는 볼 수 없는 전직대통령의 사법처리와 대통령 친인척이 비리로 구속되는 경우를 수 없이 본다. 공직자에 대한 뇌물이 아직도 성행하고 세무비리, 납품비리, 금융비리, 재벌비리 등 부패근절이 아직도 요원한 실정이다.

행복지수는 OECD국가 중 거의 꼴찌에 가깝다. 정치의 낙후성은 더 이상 말할 나위가 없다. WEF평가에서 정치신뢰부문은 144개국 중 117위였다.

이 같은 지표를 보면 우리가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아직은 멀었다는 생각이다. 우선 국민소득이 최소 3만 달러는 넘어야겠다. 그러나 국민소득만 높다고 진정한 선진국이 되는 건 아니다. 오일달러로 부를 일군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 이란을 선진국으로 부르지는 않는다. 우리는 앞으로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기초질서를 보다 잘 지키며, 남을 배려하는 문화를 더욱 굳건히 해야 선진국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국격(國格)은 경제력으로만 평가받지 않아

한마디로 국격(國格) 즉, 나라의 격을 높여야 할 것이다. 그것은 경제력으로만 평가받지 않는다. 한 나라의 국격이야말로 국제사회에서의 경제적 외교적 역량뿐만 아니라 국내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품격 등이 함께 고려되는 개념으로 생각해야 한다. 또 한 나라의 국제평화 기여와 환경보존, 인권문제 등 국제적 이슈와 지식, 기술, 문화발전 등에 기여하는 도덕적 수준 및 가치관과 국민의 품격이 척도가 된다.

국제사회로부터 대우 받고 국제적위상이 갖추어졌을 때 비로소 국격이 높은 사회가 되는 것이다. 입양아수출국이나 성매매여성송출국의 오명을 벗지 않고는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 거친 언사와 너무 큰 목소리, 자기 말만 하고 욕지거리가 반 이상 되는 학생언어, 무질서한 교통문화, 음주소란, 쓰레기 불법투기를 개선하지 않고는 국격을 높일 수 없다. 해방 68년, 건국 65년을 맞아 이젠 국격을 높일 때다.

권오덕(본 클럽회원 / 前대전일보 주필)

 

권오덕  mogyoclu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