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한 종교서적에서 이런 글을 본적이 생생합니다. 대한불교 조계사에서 여러 종교 지도자 200여명이 한데 모여 ‘울지마 톤즈’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영화를 함께 보았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영화는 수단의 가난하고 버림받은 지역에서 교육과 의료 활동을 헌신적으로 펼치다가 세상을 떠난 살레시오회 이태석 신부의 삶을 다뤄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던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며 가톨릭선교에 가까운 영화를 조계사에서 여러 종교 지도자들이 한데 모여 함께 관람했다는 사실에 가벼운 충격을 받으며 글을 읽고 또 읽어 보았답니다. 그러나 조계사에서 영화를 상영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또 하나 궁금한 것은 성당도 아닌 조계사에서 어떻게 상영을 하게 되었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영화는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의 제안으로 조계사에서 상영이 되는 결실을 보았다는 것입니다. 영화를 조계사에서 상영하자고 제안한 총무원장 스님이 어떤 스님이신지 궁금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제안을 받아드린 조계종 측 결정에도 크게 놀랐답니다.

영화를 상영하던 날 자승 스님이 했다는 인사말이 너무나 솔직하고 담백하다고 느꼈습니다. ‘처음(영화를) 보았을 때 감동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 영화를 우리 종무원들에게 보여주어야 하는지 고민했습니다. 영화가 가톨릭선교 영화에 가까울 정도로 감동적이어서 종무원들 중 몇 명이 개종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이 인사말은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지만, 총무원장 스님은 이어 이렇게 말하였답니다. ‘불교에서 지향하는 이타행(利他行)과 하화중생(下化衆生)을 천주교 신부님께서 구현했습니다. 종무원 몇 명이 개종하더라도 이러한 스님과 불자들이 나온다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성불하십시오’

이 글을 다시 읽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답니다. 요즘 우리 여야정치인들은 걸핏하면 찬반으로 갈려 국론을 분열시키기 일 수며 정치인들은 마치 싸우기 위해 정치를 하는 것이 본분인 것처럼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짜증스럽게 하는 오늘이기 때문입니다.

여야정치인을 한데 모아 ‘울지마 톤즈’라도 함께 보게 하고 나서 영화를 본 느낌을 한 자리에서 한번 토로하게 공동선을 찾아내도록 해보면 어떨까 하는 철부지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런 소식이 목 타게 기다려집니다.

박천규(본클럽 회원 / 전 대전MBC 상무)

박천규  mogyoclu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