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용길 충남대경영학부 교수

그러나 MB정권이 마무리되어가는 지금 국민의 삶은 더욱 고달프고, 서민경제는 붕괴되었고, 사회적 양극화는 심화되었다. 어렵게 만들어 놓은 남북관계는 현상유지도 하지 못한 채 파탄 났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대통령의 역사적 책무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비록 MB정부의 선진화는 실패하였지만 다음 정부에서는 이를 제대로 실행해야 한다. 제대로 된‘선진화’담론에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모든 요소가 포함되어야 하겠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를 넘어서고 있는 나라가 20개가 넘는다. 즉 경제적으로 선진국이 되려면 최소한 4만 달러는 넘어서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2만 3천 달러 수준이다. 어떻게 해야 지금 보다 두 배 정도의 국민소득을 이룩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를 둘러싸고 있는 대내외 환경을 보면 쉽지 않은 과제임이 분명하다. 선거철을 맞이하여 각 정당이 복지수준을 대폭 늘리겠다고 경쟁적으로 약속하고 있다. 무상보육, 무상교육, 무상의료 등은 선진국이 되기 위해 국가가 책임져야 하는 것이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여건을 보면 이를 단시간 내에 달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이미 3%대로 떨어져 있다. 획기적인 성장의 모멘텀이 확보되지 않고서는 선진국 진입은 불가능하다. 파이를 제대로 나누기 위해서는 파이를 키우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에 보유하고 있는 생산요소만을 갖고서는 성장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 외부로 눈을 돌려야 한다. 먼저 대립과 갈등의 남북관계를 청산하고 화해와 공영의 남북관계로 바꿔야 한다. 남과 북은 생산요소 면에서 보완적 관계를 갖고 있다. 즉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자원과 노동이 결합되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여 양측 모두에게 커다란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더구나 남과 북은 하나의 민족이기 때문에 문화적 환경이 다른 외국에서 사업하는 것보다 모든 면에서 효율적이다.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만들어야 한다. 필리핀이 아닌 나진과 선봉에 조선소가 들어서야 한다. 경제공동체를 만들어 상생과 동반성장의 기틀이 확립되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경제적 교류를 통한 한반도의 긴장완화는 북한 리스크를 줄여 계량적으로 가늠할 수 없는 또 다른 성과를 얻게 된다. 더 이상 북한이 중국에 의존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아도 작은 땅, 조국의 반을 다른 나라에 내줄 수 없지 않은가?
다음은 중국과의 진정한 동반자 관계의 구축이다. 저렴한 생산원가로 인해‘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이 소득이 늘면서 이제는‘세계의 시장’이 되고 있다. 중국에서 저임금을 이용하여 물건을 만들려 하지 말고 이제는 중국을‘시장’으로 인식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국의 상위 소득계층은 이미 세계 명품시장의 큰 손이 되고 있다. 중국을 경제적으로 이용하려만 하기 보다는 상호이해와 존중의 바탕 위에서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맺게 되면 이는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중국은 이미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이며, 우리나라와 교역량은 미국과 일본의 교역량을 합한 것보다 크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중국과 북한, 그리고 남한을 하나의 경제공동체로 통합하게 되면 그 파급효과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차기 대통령의 역사적 책무는 막중하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선 ‘진정한 선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경제의 크기를 획기적으로 키우면서 ‘분배의 정의’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더 큰 대한민국,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남과북, 그리고 중국을 아우르는 원대한 비전과 실행 가능한 구체적 전략을 제시하는 차기 대통령을 기대하여 본다.
 

정용길 충남대 경영학부교수  mogyoclu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