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연철 한남대교수

올해의 대선에는 2개의 쓰나미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첫째는 15년전 IMF 경제위기 이후 가속화되어온 한국사회의 소득 양극화 현상이다. 이로 인해‘신 공생요구의 큰 물결’이 발생하였으며, 이는 무상급식, 반값 등록금 이슈로 촉발되어 경제민주화 공약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공생 요구의 쓰나미는 진보 후보 뿐만 아니라 보수 정당의 후보마저도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둘째는 신 정치요구의 물결이다. 이는 92년의 대선에서부터 자라나온 큰 물결로서‘신선한 정치’에 대한 요구와 국민의 민생을 위한 ‘업적 정치’의 흐름으로 갈라진다. 92년도에 박찬종은 보수적 차원의‘신선 정치’로 150만표를 획득했으며, 정주영은 업적정치로 388만표를 얻었다. 97년도 대선에서는 이인제가 정치의 명예혁명을 부르짖으며 역시 보수차원의‘신선 정치’로 5백만표를 얻었다. 2002년에는 월드컵에서 업적 정치 이미지로 지지도를 얻은 정몽준의 표를 노무현이 단일화를 통해 흡수하면서 진보차원의 ‘신선 정치’로 결국 대선에서 승리하였다. 2007년에는 이명박 후보가 서울시장으로서의‘업적 정치’이미지로 대선에서 승리하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2012년 대선에 출마하는 주요 후보들의 이미지를 보면 첫째, 박근혜 후보는 아버지의 구 업적을 바탕으로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의 이미지를 만들면서 강한 지지도를 유지해 왔다. 또한 여성으로서 진흙탕 같은 정치판에 핀 한 떨기의 강인한 연꽃과 같은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만으로는 2007년도에 박근혜 후보가 개발시대의 신화적인 샐러리맨으로서의‘구 업적’과 인간 중심의 청계천 복원이라는 ‘신선한 업적’ 양쪽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이명박 후보의 벽을 넘을 수 없었다.

반면에 안철수 후보는 의사로서 벤처기업을 성공시킨 업적 이미지와 무료 백신과 사회기부로 신선한 이미지에 지지의 기반을 두고 있다. 안철수는 이러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구 정치와 신 정치의 대결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의 진보적인‘신선 정치’의 후광에 노무현의 급진성을 중화시키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업적의 이미지는 거의 갖고 있지 않다. 그리나 정책의 측면에서는 한미 FTA 부정과 제주 해군기지 반대를 통해 노무현보다 급진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신 지유주의에 반대하는‘신 국제경제질서 요구의 물결’과 남북화해를 위한‘신 남북관계 요구의 물결’은 아직 한반도에 강력하게 상륙을 하지 않았다. 따라서 문재인의 이러한 정책들은 큰 흐름
을 탈 수 없다.

이상의 분석은 쓰나미와 같은 큰 물결의 관점에서 본 것이고, 현재 시점에서 세 후보는 전략 전술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항해술의 영역에 진입하였다.

박근혜 후보는‘신 공생 요구의 물결’을 타기 위해 김종인 위원장을 영입하여 경제민주화라는 정책 아젠다를 선점하였으며, 안철수 후보는 재벌공격수인 장하성 교수를 영입하였다. 작년에 안철수는 멘토였던 중도 좌파 김종인과 우파 윤여준을 내쳤다. 그리고 이들을 박근혜 진영과 문재인 진영에 빼앗겼다. 이는 안철수의 미숙함으로 인한 전략적 실수로 평가 된다.

또한 문재인은 노무현의 후광으로 인해 생긴 친노 참모들을 곁에 두었다. 이로 인해 민주당의 호남 공략과 중도파 공략에 차질을 빚은 것도 전략상 손실이라 보여진다. 박근혜는 친박세력으로 포위되어 외연을 넓히는 데에 차질을 빚는 것이 결점으로 사료된다.

영입 전략에서는 세 후보 모두 일정 부분 자유롭지 못한 점이 있지만 폐단이 컸던 이헌재 등을 좌장 멘토로 영입한 안철수 진영이 가장 성과를 못 내고 있다고 평가 된다.

그러나 정치적인 대전략에서는‘구 정치’대‘신 정치’의 대결구도 프레임으로 만들어 가고 있는 안철수 진영이 가장 올바른 흐름을 가고 있다고 보여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는 구태 이미지의 민주당과 후보 단일화를 할 경우 더 이상 ‘신 정치’를 주장하는 데에 있어 한계를 노정할 가능성이 크다. 안철수는 무소속과 여대야소의 현 국회세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소속 정당의 명령으로부터 자유로운 교차투표제를 주장해야 한다.

한국의 대통령제는 정당의 강한 기율로 말미암아 여소야대의 상황에서는 국정의 마비가 올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경우 같은 대통령제이지만 정당의 기율이 한국만큼 강하지 않아서 여소야대 정권하에서 오히려 정부 측 법안들이 통과된 경우가 많았다.

‘신 공생요구의 물결’에 대해서는 이념적으로 가장 불리한 위치에 있었던 박근혜 후보가 경제민주화 아젠다를 선점함으로 인해 열세를 극복했다. ‘신 정치 요구의 물결’에 대해서는 안철수 후보가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안철수 후보는 무소속으로 인해 ‘미래의 업적정치’ 능력에 대해 의심받고 있으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당지도부로부터의 공천권 해방에 의해서만 실현될 수 있는 교차투표제를 비롯하여 다각적인 정치개혁안을 개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세 후보들은 향후 전략선택에서 어떠한 종류의 쓰나미를 중시할 것인가? 자신에게 적합한 쓰나미의 종류와 자신의 이미지를 어떻게 일치시키느냐 하는 항해술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국면에 있다고 평가된다.
 

김연철 한남대교수  mogyoclub@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