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신기술의 획기적 발달로 기존의 신문 방송등 전통적 언론 매체뿐 아니라 인터넷신문등 각종 언론매체가 크게 늘어나 다양한 정보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언론매체의 급격한 증가가 국민의 알권리를 좀더 충족시켜주고 삶의 질을 좀더 풍요롭게 해줄수 있다는 측면에선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정보를 운용하는 매체들의 잘못된 보도로 피해를 입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좀 지난 얘기이긴 하지만 소도시의 한 중소기업인이 언론중재위원회를 찾아 억울함을 호소해온 사례는 언론매체의 잘못된 보도가 얼마나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잘 말해줬다.
고향인 군지역에서 조그마한 사업을 하고 있다는 신청인은 지역의 한 언론매체가 자신이 경영하는 사업과 관련 관계공무원과 결탁해서 비리를 저질렀으며 이 때문에 자신과 관련 공무원이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보도를 했는데 사실이 아니라며 정정보도를 요청해 왔다.
이 신청인은 "거리에 나서면 거의가 아는 사람인 이 좁은 바닥에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며 더구나 아무 잘못도 없이 곤욕을 치룬 관계 공직자들과 어떻게 얼굴을 마주하며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느냐"며 "이제 벌여논 사업을 정리해서 정든 고향을 떠날 수 밖에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어 신청인은 "보도를 하기 전에 한번만 더 확인을 했어도 이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게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확인결과 신청인의 말대로 신청인이나 관계 공무원 누구도 경찰의 조사를 받은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져 중재를 통해 정정보도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신청인은 "비록 정정보도가 된다 해도 자기의 명예나 사정이 잘못된 보도가 나가기 전 상태로 완전히 원상회복되기는 불가능한 일이 아니냐"며 억울함을 억누르지 못했다.
사실상 많은 경우 잘못된 언론보도로 일단 명예나 지위가 훼손되면 정정보도나 반론보도가 나간다 해도 잘못된 보도전 상태로 피해를 완전히 회복하기는 어렵다. 확실한 내용을 모르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겠나. 뭔가 잘못이 있으니까 그런 보도가 됐겠지"하고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기야 일반적으로 범법자들이 자신의 범죄사실을 처음부터 순순히 시인하는 경우가 드물고 보면 그럴만도 하다. 이런 이유로 언론보도에 의해 명예를 훼손당하고도 언론중재위원회를 찾거나 소송제기를 꺼리는 피해자들이 적지 않은게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정정보도, 반론보도 또는 재판과정을 통해 그동안 모르고 있던 사람들에게까지 알게 하고 새로운 물의를 일으킴으로써 명예를 회복하기는 커녕 오히려 피해를 확산시키는 역효과를 우려, 덮어두려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이처럼 잘못된 언론보도에 의한 명예회손등 피해는 그런 일이 없도록 사전에 예방해야지 일단 발생한 후에는 완벽한 회복이 불가능한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근래 다양한 언론매체가 크게 늘어나면서 지나친 속보경쟁, 특종경쟁에다 선정적 보도가 성행하고 있어 잘못된 보도에 의한 피해발생 가능성이 더욱 증대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확한 통계는 갖고 있지 않지만 요즘 명예훼손으로 인한 언론중재 건수나 소송건수가 늘어가고 있는 추세임엔 틀림없다. 더구나 드러난 사건보다 묻혀버린 사례들이 더 많으리란 짐작도 어렵지 않다. 앞서 말한 이런 저런 이유말고도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에 아직 인권의식이 제대로 확립되지 못해 피해를 당하고도 귀찮아서 그대로 넘기기도 하고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가슴만 치고 마는 피해자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또한 언론기관에 밉뵈면 앞으로 혹시 불이익이라도 당하지 않을가 하는 우려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그냥 참아 넘기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풍토라면 잘못된 언론보도에 의한 명예훼손등 피해를 예방하거나 줄여나간다는 일이 요원할 수밖에 없다. 비록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도 누구나가 잘못된 언론보도에 의한 피해를 입으면 언론중재위원회를 찾거나 소송절차를 통해 피해를 회복하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그래야만 언론매체가 좀더 신중한 보도를 하게되고 좀 더 인권이 존중되는 풍토를 정착시켜 나갈수 있을 것이다.
언론의 자유도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일도 소홀히 할수 없다. 그러나 명예등 인격권도 그 못지 않게 경시되어서는 안될 일이다. 언론의 자유, 국민의 알권리가 아무리 중요해도 어떤 경우라도 인권이 침해되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
잘못된 언론보도에 의한 명예의 훼손은 기업을 망하게 할수 도 있고 개인을 파멸시킬수도 있다. 피해자들의 회복노력도 필요하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언론매체들이 지나친 상업주의에 빠져 졸속보도나 선정적 보도를 하지 않도록 자율적 규제를 강화하는 일이다.

 조 홍상(본회 회원 :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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