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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꽃 과원의 청풍 풍류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란 말은 ‘농사가 천하의 근본이 된다’는 말이다. 어린 시절 꽹가리, 장구를 들고 마을을 돌며 한바탕 흥겹게 놀았던 농악 풍물패의 기억이 생생하다. 필자는 지금도 농악 소리를 들으면 어깨춤이 절로난다.

농악은 힘겨운 노동을 위로하는 음악이다. 그런데 선두에는 높은 깃발이 앞장을 선다. 바로 ‘農者天下之大本’이란 큰 글자다. 이 큰 글자는 어머니 등에 업혀 동구로 나온 젖먹이들부터 눈에 각인 된다. 농사를 중요시했던 선조들의 조기교육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고막을 찢는 태평소 소리는 마을 아낙네나 어린아이들까지 밖으로 불러낸다. 아낙네들은 금방 걸러낸 막걸리동이를 들고 나왔다. ‘서방님들 한잔들 해유~ 어서 목들 축여유~’ 풍물이 있는 날엔 네 것 내 것이 따로 없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

농악패들은 막걸리로 목을 축이면 힘이 솟고 더욱 신이 났다. 징, 괭가리 소리도 커졌다. 막걸리는 농자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최고의 술이자 반 식량이기도 했다.

50년 전만 해도 우리 들은 쌀밥 먹기가 힘들었다. 어머니들은 학교에 가는 아이들 도시락에만 살짝 얹어 주었다. 농촌에서 논마지기나 있는 집도 그랬다. 보리고개에는 보리쌀마저 귀해 솔잎을 따 끼니를 이어가는 농가들도 많았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은 농사혁명을 이루었다. 과거 농촌진흥원 두뇌들의 공로다. 가난한 시절을 겪은 필자는 잠을 자다 눈을 뜨니 부유해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지금은 너무나 풍족한 세상이 됐다.

식량자급에 성공한 우리나라는 쌀이 남아돌아가 보관할 창고 적정이 크다. 쌀밥에 고기국은 식량사정이 좋지 않은 북한의 소망이지만 부유한 한국은 쌀밥대신 서양 미식을 찾는 부유한 나라가 됐다. 요즈음 도시인들은 가끔 추억어린 보리밥에 된장국을 즐긴다.  

필자는 4월이면 무릉도원 같은 아산시 음봉만풍농장 풍경을 좋아한다. 낮은 황토색 구릉지에 활짝 핀 과원의 배꽃은 너무나 아름다운 정경이다. 하얀 배꽃과 복숭아꽃은 막 피어나는 소녀의 미소와 같다.

순백의 배꽃을 이화(梨花)라고 부른다. 고등학교 때 배운 고려 때 시인 이조년의 아름다운 시가 생각난다.

‘이화(梨花)에 달빛이 밝은데 / 은하수가 흐르는 깊은 밤 / 봄 가지의 마음을 두견새가 알랴마는 / 다정(多情)함도 병(病)이 되어 잠 못 이루네’

한국의 과원들이 환경오염으로 벌들이 사라져 배꽃 수정이 안 되고 있다. 요즈음은 인력이 부족한 과수농가의 배꽃 인공수정은 봄철 주요한 일이 되고 있다.

목요언론인 클럽(회장 한성일) 회원 40여명이 4.19의거일을 맞아 만풍농장 과수농가에 달려가 배꽃 수정을 도왔다. 부족한 농촌일손을 제일 먼저 절감한 언론인들이 앞장서자고 한 것이다.

한평용(경영학 박사. 목요포럼위원장)

비록 펜으로 사실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을 위해 행동하는 언론인, 봉사하는 언론인상을 구현하자는 마음에서 였다.

뜨거운 땡볕 아래 일을 끝낸 회원들은 충남세종시농협 이종욱 본부장이 마련한 막걸리로 목을 축였다. 이처럼 달고 맛있는 술이 어느 나라에 있을까. ‘아 바로 이 맛, 천하지대본 농자들의 기쁨이 여기 있었구나’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구수한 가요가 흘러나온다. 역시 막걸리에는 흘러간 가요가 있어야 제 격인 모양이다. 오래 기억에 남을 배꽃 과원의 ‘청풍 풍류’였다.

목요언론인클럽  webmaster@mokyocl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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