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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운전 포기할 때 아니다속도 줄이고 교통법규 지키면 할 만해

지난 12월 어느 몹시 추운 날이었다. 나는 아침 일찍 나갈 일이 있어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둔 자가용차에 다가가 리모컨 키를 눌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차문이 안 열렸다. 몇 번을 시도해도 마찬가지였다. “아, 리모컨 키 배터리가 다 된 모양이구나.” 생각하고 집에 다시 들어가 스페어 키를 가져왔다. 그리고 재차 시도했으나 역시 안 열리는 것이었다.

이 키 역시 건전지가 다 된 모양이라 생각했다. 마트에서 다시 사 시도했으나 허사였다. 자꾸 다른 차에 대고 눌렀으니 열릴 리가 없었다. 내 차는 옆 라인에 멀쩡히 서있는 게 아닌가. 내 것과 같은 차종에 같은 크기, 같은 색깔이어서 헷갈렸던 것이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10년 넘게 타고 다닌 차인데 어찌 모를 수 있단 말인가?” 한숨이 절로 났다.

응급서비스를 안 부르고 그 정도로 끝난 게 정말 다행이었다. 지난여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운전석에 앉아 아무리 키를 돌려도 시동이 안 걸리는 것이었다. 오일도 충분하고 다른 이유가 없을 것 같아 차 내부에 다른 결함이 있을 거라 지레 짐작했다. 생각 없이 보험사 응급서비스를 불렀다. 그런데 기사가 키를 돌리자마자 금방 시동이 걸리는 것이었다.

정말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기어를 중립에 놓고 키를 돌렸으니 시동이 걸릴 리가 만무했다. 마치 ‘허무 개그’ 하는 모습과 같았다. 난감해하는 나에게 서비스기사 왈 “그럴 수도 있다”며 웃었다. 나를 위로하는 말이겠지만 “이런 사례가 더러 있다”고 말했다. 이 두 사건(?)은 지금까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만 간직하고 있는 일급비밀이다.

지난 1월 하순에 있었던 일도 황당하긴 마찬가지. 대전역 부근에 볼일이 있어 중동 수협 건너편의 공용주차장에 주차했다. 아직 개장하지 않아 주차료가 무료였다. 6층높이로 각 층 주차된 상황을 알 수 있게 전광판이 설치돼 주차가 편리한 곳이었다. 분명 4층이나 5층에 주차했는데, 내가 기억하고 있는 곳을 찾지 못하고 무려 30분이나 헤매야만 했다.

엘리베이터로 몇 번씩 오르내리며 찾았으나 실패했다. 무료주차라 관리인도 없고 연락처도 없어 애먹었다. 결국 땀을 비 오듯 흘리며 1층부터 6층까지 한 층 한 층 샅샅이 뒤진 끝에 겨우 찾았다. 나는 주차위치를 못 찾아 헤맨 적이 몇 번 있어 가끔 사진을 찍어 놓는데, 이번엔 생략했다. 나는 주차장을 나서며 이젠 운전을 그만둘 때가 아닌가 생각했다.

이 모두 나이 탓으로, 나이 먹다보니 인지기능이 떨어진 때문으로 여겨진다. 걷기의 생활화로 비교적 건강한 편이라고 하지만 10-20년 전과는 사뭇 다르다. 이제 운전한지 40년이 다 돼 간다. 비교적 운동신경도 있는 편이고 조심스레 운행하고 있지만 운전이 쉽진 않다. 자식들은 나이 80에 아직도 운전대를 잡고 있는 애비가 걱정스러울 수밖에 없다.

순발력이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이다. 틈만 나면 자식들은 “운전 그만하시고 이제는 대중교통을 이용하시라”고 닦달 한다. 주위의 가까운 친구나 친지들 가운데 운전을 그만 둔 사람이 상당히 많아졌다. 최근 행정기관도 운전면허증 반납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운전을 그만 둔 친구들은 “면허증을 반납하고 10만원 상당의 교통카드를 받았다”며 자랑한다.

아내와 나도 이에 동조하고 있는 편이긴 하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물론 내가 사는 동네는 교통이 양호한 편이다. 지하철은 닿지 않지만, 시내버스가 사통팔달 잘 연결되어 있어 불편함이 전혀 없다. 은행동 중동 대전역, 대흥동 선화동 등 옛 도심은 물론 둔산과 유성지역까지 10수개 노선이 배치돼 편리하다. 어찌 보면 승용차가 없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다.

하지만 아직은 운전이 필요하다는 게 나의 판단이다. 주행거리가 짧은데다 지금까지 수백 번 수천 번 다닌 익숙한 코스이기 때문. 나는 최근 12년 간 약 6만km 주행했다. 한해 평균 5-6천km 정도 운전한다. 매년 보험마일리지로 8 만 원 안팎을 되돌려 받고 있을 정도다. 장거리라야 영호남지역에 한두 번, 충남 도내 한두 번 정도 운행하는 게 고작이다.

나는 대부분 대전 시내에서 운전한다. 그것도 반경 2-3km정도로 주행거리가 짧다. 내과 치과 안과 등 동네 병원과 대형마트·금요장터 등에 가끔 간다. 또 시민대학 등 배움터와 모임 등에 가끔 갈 정도다. 한 달에 6-7번 정도 2km 거리의 딸네 집에 반찬 날라주는 일이 가장 큰 일이다. 이런 자잘한 운전이 나로 하여금 운전대를 못 놓게 하는 원인이다.

제한속도 100km-110km 고속도에서는 항상 90-100km로 10-20km낮춘다. 그러니 뒤차에 추월당하기 일쑤다. 예전엔 추월당할 때 욕이 나왔으나 요즘은 입을 다문다. 나는 90세의 언론계 L모선배가 아직껏 운전하는 게 그렇게 부러울 수 없다. 그 나이까지 운전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더도 말고 앞으로 5년만 더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요즘 시내 주행속도가 30km-50km로 낮아진 것은 다행이다. 과속이 크게 줄어들어 운전하기가 편해졌기 때문이다. 나는 시내 짧은 거리에서도 보통 네비게이션을 켜 놓고 운행하는 게 습관이 됐다. 제한속도를 1km만 넘어도 요란한 소리가 나 주의환기가 되어서다. 지난해 말 밤늦게 귀가하다 초등학교 앞 과속으로 과태료를 물은 후 시내에서도 네비를 켠다.

승용차를 운전하고 다니는 것은 당연히 위험을 수반한다. 따라서 조심은 필수이다. 매일 다니는 짧은 거리에도 네비를 켜는 이유는 학교 앞 제한속도 30km 위반이 쉽기 때문이다. 제한속도뿐 아니고 차선위반과 건널목 침범, 뒤차꼬리물기 등 강화된 제반 교통법규를 앞으론 철저히 지킬 생각이다. 그래야 내가 부러워하는 90세까지 운전할 수 있을 것 아닌가? 

권오덕

(수필가·2010년 문학시대)

전 대전일보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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