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또는 무엇인가로부터 큰 감동을 받는다는 것, 또 누군가에게 큰 감동을 준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기쁘고 즐거운 일이다. 사실 감동을 주거나 받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한 둘이 아닌 많은 사람을 감동케 하는 것은 그 자체가 바로 ‘행복 바이러스’다.
세상에 감동을 주는 것들은 많다. 계절 따라 바뀌는 대자연의 파노라마가 그렇고,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차이코프스키의 교향악 등 고전음악이 그러하고 시나 소설․수필․연극 등의 창작품, 또는 조각이나 미술품 등 불후의 명작이 그러하다.
아니 굳이 이런 것들이 아니라도 일상에서 ‘따뜻한 말 한 마디’나 ‘서로가 용서를 청하고 용서해 주는 마음’, ‘비록 적지만 가진 것을 서로 나누는 그런 마음’ 등도 우리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는 동인(動因)이다.
최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 연구소 발행 주식 지분의 절반인 1,500억 원 상당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밝혀 진한 감동과 함께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안 원장은 이에 앞서 연구소 직원들에게 ‘더불어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며’란 제목의 e-메일을 통해 이 같은 뜻을 밝히고 이 돈이 ‘저소득층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쓰였으면 하는 바람’를 피력했다.
안 원장은 이 돈을 가장 의미 있게 쓰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할 지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의 의견을 듣겠다고 해 벌써부터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는 또 ‘기업이 존재하는 것은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숭고한 의미가 있으며 특히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더 많은 혜택을 받은 입장에서 공동체를 위해 공헌하는 이른 바 ’노블레스 오블리제‘가 필요한 때임’을 강조, 그의 이 메시지가 현 정계와 재계, 사회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에 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는 특히 ‘주식의 사회 환원에 다른 목적이 있지 않고 오래 전부터 생각해 온 것을 실천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며 자신의 향후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론적으로 안 원장의 e-메일 내용은 그동안 의사와 기업인, 교수의 길을 걸어오면서 사회와 공동체로부터 과분한 은혜와 격려에 힘입어 오늘의 성공에 이르렀으며 이에 대한 감사로 ‘주식의 사회 환원’이란 나눔을 통해 자신의 작은 결심을 실천하겠다는 뜻으로 요약된다.
정치 문외한인 안 원장-. 그는 지난 서울시장 재선 때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지지 의사를 표명한 데 이어 후보까지 양보, 박 후보를 당선시킴으로써 기성 정치 판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온 장본인이다.
작금 여야 정치권은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안 원장의 추후 진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서로 러브 콜을 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여야 공히 안 원장의 이 같은 재산 정리가 ‘대권 플랜 가동의 신호탄’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떨치지 못 하고 있는 데다 최근 안 원장의 멘토로 알려진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 스님이 ‘새로운 정당’의 탄생을 강력히 시사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무당파를 견지해온 안철수-. 과연 그에게 어떤 마력이 있길래 갑작스런 부상과 함께 기존 정치권이 요동 치고 많은 국민들이 그의 행보에 관심을 갖는 것일까?
첫째, 그는 의사와 기업가․교수로 성공한 사람이며 성공인의 롤 모델이다. 둘째, 국가사회의 고마움을 아는 사람이다. 셋째, 워렌 버핏이나 빌 게이츠처럼 자신의 소중한 것을 나눌 줄 아는, 그야말로 감동을 주는 사람이다. 넷째, 이웃의 평화와 희망의 소중함을 알고 이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다섯째, 서울시장 후보 양보 등 결단과 배려, 겸손을 아는 사람이다.
물론 이런 일련의 안 원장의 됨됨이가 아주 대단한 것이라 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그가 갑자기 뜨는 이유는 오늘의 정치 사회가 정치가는 많아도 존경받는 정치인이나 정치 지도자가 없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정치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일부 의약품 슈퍼판매 허용 법안 무산이나 한미 FTA 비준안 변칙 통과와 같이 당리당략이나 사리사욕에 매인 구태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와 식상함, 신선하고 새로운 지도자의 탄생을 목말라하는 국민 염원 등이 아마도 비정치인인 안 원장을 세상에 드러내게 하는 요인이지 않나 싶다.
이용웅(본회 회원 : 연합뉴스 前 충청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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