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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쟈레 칸타레 아마레

먹고 노래하고 사랑하다

세계에서 가장 놀기 좋아하는 민족으로 라틴 족 특유의 열정이 몸에 배어 있는 이탈리아인을 주저 없이 꼽는다. 이 혈통은 2000년 전 그들 조상인 로마인의 DNA에서 비롯된다. 먹기 좋아하고, 노래와 여자를 유독 사랑하는 이탈리아인은 폼페이 유적지에 가면 볼 수 있다. 로마에서 3시간여 남쪽으로 나폴리가 있고, 소렌토 쪽으로 30-40분 쯤 가다보면 폼페이가 나온다.

약 2천 년 전 로마시대 베스비오화산이 폭발한 뒤 묻혔다가 발굴된 폼페이유적지에는 술집과 식당, 목욕탕, 유곽 등이 그대로 재현돼 있다. 당시 로마인들의 호사스러운 일상을 엿볼 수가 있다. 예나 지금이나 이탈리아인들은 먹고(mangiare) 노래하고(cantare), 사랑하는(amare) 일에 인생을 걸고 있는 듯하다. 만쟈레, 칸타레, 아마레를 구호처럼 입에 달고 사는 그들이다.

과거 세계의 3대 음식 강국이라면 중국, 프랑스, 터키를 들었지만 지금은 터키 대신 이탈리아 음식이 들어간다. 그 뒤를 한국과 인도 일본 등이 잇고 있다. 이탈리아 음식은 지금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중이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피자와 파스타, 스파게티를 들 수 있는데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이들 음식은 쉽게 찾을 수가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노래 역시 그들의 일상이다. 지금은 조금 퇴색되긴 했지만 음악, 특히 그들의 전통적인 칸초네는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이탈리아에 유학 간 한국의 성악도가 베니스곤돌라를 탔다가 뱃사공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아예 포기하고 귀국했다는 얘기는 이제 전설이 되어 버렸다. 누가 지어낸 얘기일는지 모르지만, 그들의 노래사랑은 유별나다. 세계적인 가수도 많이 배출했다.

또 그들은 바람둥이의 대명사인 카사노바를 배출(?)한 나라답게 여자를 사랑하는데 일가견(?)이 있다. 처음 보는 외국인에게 치근덕거리고 과감하게 프러포즈하는 건 영화에서 뿐만이 아니다. 이탈리아 남자의 일상(?)이 되어 널리 알려져 있다. 나는 오래 전부터 한국인이 이 같이 먹고 노래하고 사랑하는 데 무척 재주가 뛰어난 이탈리아인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요즘 TV를 보면 이를 실감한다. 이탈리아에 못지않음을 느낄 수 있다. 먼저 노래를 보자. 지금 한국 티브이는 온통 트로트 붐이다. 모 방송에서 지지난해부터 시작한 미스 트롯, 미스터트롯 경연대회는 시청률이 30%에 달해 방송가를 달구고 있다. 이는 급기야 공중파까지 전파됐고, 웬만한 케이블티브이에서 재방송, 재재방송까지 이어져 바야흐로 트로트 광풍 시대이다.

심지어 여야는 오는 4월 치러지는 서울 부산 재보선예선에서 트로트 경선방식을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지난해 추석을 즈음해 있었던 ‘나훈아 리사이틀’은 어떠했는가? 개런티 한 푼 안 주고 KBS가 제작한 이 리사이틀은 시청률 대박을 터뜨렸다. 나훈아가 부른 ‘테스 형’은 멜로디 가사 모두 공전의 히트를 쳤다. 참으로 노래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민족답다.

한두 해전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빌보드차트에서 몇 주간 1위를 차지하고 이름도 잘 모르는 아이돌그룹이 미주, 유럽, 동남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음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몇 해 전 싸이가 미국 팝시장을 석권한 것도 그렇다. 대중음악뿐 아니라 클래식계, 특히 성악 분야는 과거의 이탈리아를 능가하고 있다. 한국가수가 없으면 오페라를 못 할 정도란다.

우리의 음식은 어떠한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김치를 시작으로 갈비, 라면, 비빔밥 등은 세계의 수도라는 미국 뉴욕에서도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초코파이는 오래 전부터 러시아 등 동유럽에서 많이 팔리고 있고, 이밖에 껌과 과자류도 동남아국가를 공략하고 있다. 국내에서 음식 프로그램이 티브이의 단골 메뉴로 등장한 건 오래 전부터다.

현재 수십 개 채널에서 음식프로를 인기리에 정규방영하고 있어 음식강국답다. 이는 공중파방송까지 가세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불암, 김영철 등 인기스타까지 동원해 시청률경쟁을 벌이고 있다. 백종원과 김수미 등은 방송사마다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방송에 소개되는 음식점은 금세 유명세를 타고 있다. 대학의 호텔 요리학과는 고득점이 아니면 못 들어갈 정도이다.

끝으로 사랑이다. 역시 티브이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채널마다 불륜드라마 전성시대이다. 드라마 뿐 아니고 다큐멘터리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선 막장드라마라야 인기를 끈다. 뿐만 아니라 맞선프로와 심지어는 이혼부부의 재결합프로도 시청률 상위권에 오르고 있다. 이런 불륜·막장드라마는 우리 사회를 반영한다. 사랑과 이혼을 밥 먹듯 하는 사회가 돼가고 있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잇따른 불륜은 무엇을 의미하나? 먹고, 노래하고, 사랑하는 일상을 마냥 나쁘다곤 할 수 없다. 우리 조상 역시 이탈리아 조상 못지않게 맛있는 요리와 판소리 국악 등 잘 노는 유전인자를 물려줬다. 그러나 이탈리아인처럼 만쟈레, 칸타레, 아마레가 과도해서는 안 된다. 공영방송까지 이를 부추기는 것은 좋아 보이지 않는다. 언제나 지나침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권오덕(수필가·전대전일보주필)

목요언론인클럽  webmaster@mokyocl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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