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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립합창단 정기연주회한 차원 높은 합창의 진수 선보여

 ‘합창으로 듣는 전원교향곡’, 코로나에 지친 시민 위로

합창으로 대하기 어려운, 아니 거의 불가능한 교향곡을 들었다. 그것도 1악장부터 5악장까지 무려 45분간이다. 수십 년 간 클래식음악을 접해온 필자로선 처음 듣는 놀라운 공연이었다. 지난 11월6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대전시립합창단이 공연한 베토벤탄생 250주년 기념 ‘합창으로 듣는 전원’이 바로 그것. 제149회 정기연주회로 열린 이날 공연은 이 합창단이 왜 세계적 수준의 합창단인지를 유감없이 보여 주었다.

교향곡에 합창이 들어가는 작품은 여럿 있다. 대표적인 게 베토벤의 9번 합창이다. 또 말러(1860-1911)는 교향곡 2번의 4,5악장, 그리고 대지의 노래 등 유독 성악곡을 많이 삽입했다. 그러나 교향곡 전 악장에 가사를 입혀 4중주(피아노 플루트 바이올린 첼로)로 반주해 20여명의 혼성합창이 부르는 곡은 처음으로 접했다.

과문한 탓인진 몰라도 국내에서 처음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마에스트로 빈프리트 톨의 지휘는 때론 강하고 때론 여리게, 높낮이를 가사에 맞춰 아름다운 화음을 자유자재로 이끌어냈다. 이날 공연은 코로나에 지친 700 여 관객을 위로해주는데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2시간 가까운 긴 연주시간에 마스크를 쓰고 음악을 끝까지 즐기는 팬들의 열정에 지휘자도 경의를 표했다.

베토벤 동시대의 작곡가 요한 훔멜(1778-1837)이 피아노로 편곡하고 뮐러-혼바흐가 합창편곡한 곡을 상임지휘자 빈프리트 톨은 완벽에 가까운 지휘로 교향곡 연주이상의 감동을 자아냈다. 가사 역시 전원교향곡에 맞게 아름다운 시어(詩語)로 마치 대하 서사시를 듣는 듯 했다. 무대 좌우 전면에 독일어 가사의 한글자막을 넣어 팬들은 눈과 귀로 악성 베토벤의 곡을 감상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인터미션이 끝나고 첫 번째로 연주된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에 의한 키리에’(op.27) 역시 놀라웠다. 피아노소나타 14번 월광을 비레이가 미사곡으로 편곡한 것을 연주했다. 불멸의 연인이라 불리운 귀차르디 백작부인에게 헌정한 곡으로 “스위스 루체른호수의 달빛이 물결에 흔들리는 조각배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제목이다. 키리에는 가톨릭에서 하느님의 자비를 구하는 기도인데 이 곡의 리듬과 멜로디가 키리에와 잘 맞아 청중들을 감탄케 했다.

마지막에 연주한 오라토리오 ‘감람산의 그리스도’는 베토벤 최초의 종교음악으로 6곡의 레치타티브와 아리아 중창 등 11곡으로 구성된 대곡으로 테너 김세일, 소프라노 석현수의 열창이 합창과 어울려 곡의 특성을 잘 살려 냈다. 반주를 맡은 카메라타 안티콰 서울의 협연도 무난했다.

이번 연주는 빈프리트 톨의 역량과 함께 대전시립합창단의 위상을 재삼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 1981년 창단될 때부터 40년 간 합창단을 지켜본 필자는 2007년 독일출신 톨이 상임지휘자로 취임, 14년 간 조련시켜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고 확신한다. 명실상부한 세계적 합창단으로 도약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우선 레퍼토리의 폭이 한껏 넓어졌고 소리 역시 상당히 좋아졌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취임 후 바로크 합창음악부터 현대합창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로 한국합창음악을 이끌었다. 몇 해 전 합창음악 최고의 곡이자 난곡으로 알려진 바흐의 B단조 미사와 마태수난곡, 요한수난곡 등을 거뜬히 연주해 한국 합창 계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어려운 곡뿐만 아니라 우리와 친숙한 곡들도 자주 선보였다. 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한국가곡과 교과서음악회를 통해 합창음악에 소외된 대중에게 다가가는 노력을 기울여 왔다

서울 부산 통영 등 국내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유럽연주를 통해 대한민국 대표 합창단으로서의 위상도 과시했다. 지난해에는 유럽콘서트 투어로 독일 슬로바키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등에 한국 문화사절로 파견돼 성공적 연주로 국위를 한껏 선양했다. 대전시립합창단의 앞으로의 행보에 더욱 큰 기대를 걸어본다.

 

 

권오덕(전 대전일보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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