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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

춘분 청명을 전후해서 화창한 봄이 곧장 오는 줄만 믿었더니, 때아닌 코로나19 바이러스에다 아침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져 쌀쌀한 꽃샘 추위를 절감하게 한다.

우리말에 예쁜 표현도 많지만 <꽃샘>이란 말만큼 예쁜 말도 드물지 않을까 싶다.

이는 곧 꽃이 피는 것을 시암<시샘>한다는 뜻인데 왜 하필 꽃처럼 향기롭고 아름다운 것이 피는 것을 시암해야 하는 것일까! 그러나 우리는 꽃이 향기롭고 아름답지 않다면 굳이 시샘할 이유가 없으리라는 추측을 대뜸할 수 있고, 그렇게 본다면 대자연 속에서 시샘을 받고 피는 것이 꽃 말고는 달리 잘 생각이 안나니, 꽃이 얼마나 향기롭고 아름다운 것인가도 새삼 느낄 수 있다.

우리말 사전에 <시암>이란 뜻은 <남의 일이나 물건을 탐내거나 자기보다 나은 처지에 있는 이를 미워 함> 이라고 적어 놓은 것을 봐도 대체로 <시암>은 아름다운 것, 행복한 것, 너무 풍요로운 것들을 그만 못한 축에서 시기나 질투한다는 뜻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봄이 오고 꽃이 피는 것을 시암해서 꽃샘 추위가 유난을 떤다는 사실은 봄과 꽃이 얼마나 대단한가 하는 것을 간접적으로 반증(反證)하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우리는 여름시샘 이니 가을시샘이란 말은 들어 본 사실이 없으니 봄이야말로 계절의 여왕이요, 그 봄에 피는 꽃이야 봄을 가장 봄답게 장식하는 아름다움의 극치가 아닐 수 없음을 이 낱말로만 가지고도 유추할 수가 있다.

그런데 자연속에서 <꽃샘> 정도가 고작인 우리말이지만 그것이 우리 인간사로 넘어오면 제법 많은 <시암>이나 <시샘>이 있는 것도 묵과할 수 없다. 가령 <시누이 시샘> <홀어머니 시샘> 같은 말도 있고 우리 속담에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란 표현도 결국은 풍요로운 사촌을 놓고 가난한 사촌이 시샘한다는 뜻과 다를 바가 없다.

그밖에도 얼마든지 자신이 못가진 것을 부러워 하다못해 미워하고 감정이 우리 민족에게는 잠재해 있는 듯 한데, 필자는 자체에 우리도 이제는 꽃샘 추위 정도는 자연의 섭리이니까 어쩔 수 없이 느껴야 하겠지만 인간사 속에서의 시샘이나 질투는 가급적 더 이상 지속시키지 말자는 제언을 하고 싶다. 물론 시샘을 하다보면 나도 남처럼 잘 살고 예뻐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 민족의 감정 중에서 시기, 질투, 원망, 탐심 등은 이제 새 시대의 진운(進運)과 더불어 버리고 싶은 유산이기 때문이다.

꽃샘 바람이 분다고 꽃이 아름답지 아니한 것이 아니듯이 남을 미워하거나 질투한다고 해서 그 남이 크게 달라지는 법은 없는 것이 아닌가.

그럴 바에야 차라리 이제 남을 이해하고 칭찬하고 존중해주는 기풍이 아쉽고 또 그럴 시간이 있으면 자신도 남 못지않게 노력하고 분발해서 남보다 더 낫도록 해야 할 것이다.

조종국 원로서예가, 전 대전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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