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른 아라메 길 완주에 보람

단풍색이 깊어진 늦가을에 서산(瑞山) 지역을 1박2일 일정으로 돌아보고 왔다.

젊은 시절엔 바쁘게 지내다보니 대전에서 가까운 지역이라도 여유 있는 여행을 하기가 어려웠다. 서산지역도 한두 차례 가보긴 했지만 너무 오래전인데다 역사적 유적이나 아름다운 경관을 둘러볼 겨를 없이 바삐 볼일만 보고 돌아와 지금 기억 속에 남은 게 없었다.

보원사지 둘러보는 회원들

이번 서산시 초청으로 이뤄진 목요언론인클럽 회원들과의 서산지역 여행은 서산의 문화적 유적과 뛰어난 풍광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대전을 떠나 첫 번째로 둘러본 것은 마애여래삼존상(磨崖如來三尊像)이었다.

절벽 위 거대한 바위에 새겨진 3개의 불상은 6세기말 백제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 돼 백제의 조각수법을 짐작해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됐다.

문화해설사 설명에 따르면 3개불상의 모습이 각기 특색을 지니고 있는데다 보는 위치나 햇빛이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달리 보인다고 해 위치를 옮겨가며 돌아보았다. 모양도 다르고 제 가각이었지만 모두가 안면에 백제 특유의 온화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먼 옛날 이 같은 산중에 이런 불상을 조각해 놨다니 신기하게 느껴졌다.

다음으로 돌아본 곳이 보원사지(普願寺址)였다.

보원사는 신라 때 창건된 사찰로 널찍한 사지에 현재 건축물은 없지만 여기저기에 석조유물들이 남아있다. 석조(石槽), 오층석탑, 당간지주, 법인국사 보승탑 및 탑비 등이 지정물로 보존돼 있다.

통일신라시대에 만든 것으로 보이는 석조는 거대한 화강암의 내부를 쪼아내 만든 큰 규모의 물통으로 급수 용기로 사용했을 것을 추정되고 있다.

당간지주는 사지 동쪽에 두 개의 지주가 동서로 서로 보고 있으며 역시 통일신라시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넓은 사지 서쪽 법당지 앞에 서있는 5층 석탑은 지대석에 사자상이 양각 돼 있는 등 정교한 형태로 고려 초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법인국사 보승탑은 보존상태가 양호한 묘탑으로 탑 옆에는 묘비가 있고 묘비 역시 온전히 보존돼 있다.

지금은 건축물이 없는 폐사지지만 우수한 작품들이 유물로 남아있어 당시의 사찰규모나 불교문화를 짐작케 하고 있다.

점시 식사 후 찾은 곳은 운산면 신창리 상왕산 기슭에 세워진 개심사(開心寺)였다.

개심사는 백제 의자왕 때 창건 돼 고려 충정왕 때라 이조 성종 때 두 차례 중건을 했으나 임진왜란 때 전소돼 숙종 때 중창한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양식이 수려하여 조선 전기의 우수한 건축수법을 보여주고 있다.

개심사를 가려면 아라메 길로 산을 넘어가거나 버스를 타고 돌아가야 하는데 산길이 가팔라 힘들다고 했다. 몇 명은 버스를 타고 돌아갔으나 10여명은 산을 걸어서 넘는 길을 택해 무척 힘겨웠다고 한다.

개심사를 돌아보고 간월암에 잠깐 들렀다. 간월암은 썰물 땐 걸어서 가지만 밀물 땐 바닷물이 들어와 육로로 걸어서 갈 수 없는 섬이 된다고 한다.

하루 밤을 호텔에서 지낸 후 다음 날 아침 호텔을 찾은 서산시장과 잠깐 대화를 나눈 후 국화 전시장으로 갔다.

노랑, 빨강 등 가지각색의 국화가 활짝 피어 광활한 지역에 펼쳐져 있어 아름답고 시원한 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회원들이 국화 사이 길에서 사진을 찍느라 부산스러웠다.

국화 전시장을 나선 일행은 조선조 성종 때 축조한 해미읍성(海美邑城)을 돌아봤다.

해미읍성은 둘레가 1,800m로 구역을 나눠 여러 지역민들이 책임 축성을 하도록 해 완벽한 성이 되도록 했다. 성안은 면적이 5만 2천여 평의 넓은 지역으로 성내에 초등학교와 우체국, 면사무소 등 관공서와 천주교회, 민가 등이 들어서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이전 철거돼 옛 모습을 돼 찾았다.

해미읍성엔 선조 12년에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병영의 군관으로 부임하여 10개월간 근무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 회원이 감영 앞에서 곤장을 치고 맞는 형벌을 연출해 흥미를 돋우며 당시를 연사해 보기도 했다.

점심 후에 삼진포항을 둘러보고 유람선을 타기로 계획이 돼 있었으나 어제 아라메산을 넘은 많은 회원들이 힘들어해 취소하고 대전으로 향했다.

현재 전국 각 지역에선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역사적 유적을 정비하고 새로운 시설을 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새로운 시설보다는 역사적 유적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산지역엔 역사적 유적과 유물이 산재해 관광객 유치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된다.

이번 여행에서 많은 역사적 유물과 유적을 둘러보고 옛 조상들의 생활상과 문화를 되새겨 보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같은 기회를 주시며 애써주신 서산시장님과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를 드리고 싶다.

조홍상 목요언론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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