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첩 속엔

묵은 수첩 속엔

묵은 시간들이 휴지처럼 쌓여있다

내 책상 위에는 그런 수첩들이

여러 권이나 넘게 쌓여있다.

책상을 대할 때마다, 정리를 할 때마다

그것들을 차마 버리지 못 한다

딱히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속에서 무엇을 찾아낼 의도도 없다.

그래도 나는 쓰레기통속에

집어 던질 자신이 없다

먼지 묻은 표지를 털고

그 속을 드려다 보곤 한다.

기억에도 없는 낱말들이

꿈속처럼 난무 한다

가끔은 잊었던 토막시간들이

나를 실망시키기도 한다.

한 꼭지의 기사를 쓰기위해

휘갈겨놓은 수많은 기호들이

나를 어지럽게 한다.

이제수첩을 쓸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것들을 보관할 이유도 없다

그러나 나는 그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다시 끌어안고 있을 것이다.

(정년을 앞두었던 어느 날)

김세영 전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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