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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기제 길에 만났다는 천사

언니의 아홉 번째 기제에 나섰던 동생이 만났다는 천사 이야기. 동생은 나라도 잊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언니가 봉안돼 있는 납골당을 향했다. 이용시간은 6시까지. 시간이 빠듯했지만 했지만 밖에서라도 인사하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날 함께 할 가족이 없단 사실에 슬퍼하며 지하철역을 나왔다. 설상가상 장맛비가 내리고 있었다. 한 손에는 간단한 제사음식을, 다른 손에는 우산을 들고 뛰었다. 그 때 승용차 한 대가 빗길에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나는 손을 들어 차를 세웠다.

오늘이 언니 기일인데 시간이 촉박하다며 납골당까지 태워 달라고 떼를 쓰다시피 했다.

지방을 붙이고 포와 실과를 놓고 두 번 절했다. 밤 하나를 입에 물고 언니의 유골함 앞에서 펑펑 울었다. 언니는 젊은 시절 노점 장사를 하며 길에서 우는 남자 아이 하나를 데려다 길렀다. 하지만 아이는 바르게 자라지 못했다. 학생 때 사고를 쳐서 아빠가 되었다. 어린 부모 대신 언니가 뒤치다꺼리를 했다. 아이는 집을 나갔다가 돈이 떨어지면 언니를 찾아와 있는 돈을 다 가져갔다.

외롭고 힘든 날의 연속이었다. 허리며 다리가 당 망가진 언니는 이웃과 요양보호사의 도움으로 근근이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떠나버렸다.

납골당 이용시간이 지나 문이 닫히려는 순간 간신히 밖으로 나왔다. 그때 자동차 경적소리가 들렸다. 조금 전 태워다 준 두 젊은이였다. 나를 태워다주려 기다린 것. 고마운 마음에 밥을 사겠다고 하자 함께 추어탕을 먹으러 가겠느냐고 물었다.

같이 식사하고 음식 값을 내려 화장실 가는 척 슬쩍 나갔다. 젊은이는 어느 새 눈치 채고 따라와 나를 말렸다. 외려 저녁까지 얻어먹는 호사까지 누렸다. 그들은 언니가 보내준 천사가 아니었을까? 나도 누군가의 가슴에 오래도록 남는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다.

박천규 전 대전MBC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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