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은 중복. 요양보호사와 함께 예약된 병원을 다녀온 마리아는 아파트 주차장에 도착하자마자 요양보호사 편에 중복인데 동네 냉 콩국수에서 점심을 하면 어떻겠느냐고 하여 두 말 않고 그녀를 따라 주차장으로 내려가 생각나면 가끔 마리아와 함께 찾아가는 냉콩국수집을 찾았다. 아직은 영업시간이 되지 않아 손님은 받지 않고 문만 살짝 열어 놓은 국수집에 들어서자마자 주인아주머니가 ‘어서 오세요!라며 환하게 맞아주었다.

그 집이 자랑하는 여름 얼굴 메뉴 냉콩국수를 시켰다, 우리가 자랑하는 국산 서리태 국수 맛을 즐기며 중복의 이런 저런 더위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월간잡지에서 보았던 ‘첫 부부 싸움’이야기가 떠올라 이야기하고 함께 웃었다. 신부는 신혼초 남편에게 몇 번씩 세탁기 빨래를 부탁하고 출근했단다. 세탁기를 돌리기만 했지 빨래를 널지 않았다는 말에 한번, 속옷과 겉옷 등을 가리지 않고 한꺼번에 넣었다는 말에 또 한 번 그만 싫은 소리가 나왔다는 것이다.

퇴근해서 돌아온 신부는 그만 “빨래 하나 제대로 못해? 내가 구분해서 돌리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신랑은 왜 그러느냐고 애교를 부렸다. 평소였다면 화를 풀었을 테지만 2년간 쌓인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평소였다면 화를 풀었을 테지만 2년간 쌓인 불만은 쉽게 가라 앉지 않았다. 신랑은 곧바로 시청하던 텔레비전을 끄고 방으로 왔다. 나는 신랑의 손길을 뿌리쳤다.

신랑은 한숨을 내쉬더니 그대로 돌아누워 잠들었다. 나는 그 태도에 더 화가 났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이틀이 지났다. 서로 슬슬 눈치를 보았지만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

셋 째날 아침, 아침을 굶는 신랑이 신경 쓰여 토스토를 해놓고 집을 나섰다. 출근길에 운전하며 라디오를 듣다 내 이름이 흘러나와 깜짝 놀랐다. 신랑이 내게 보내는 사과편지였다.

그렇게 우리는 첫 부부싸움을 라디오 청취자들에게 알리며 화해했다. 그리고 신랑은 여전히 속옷과 수건과 옷을 함께 돌린다. “아이고 이 웬수!”

박천규 전 대전MBC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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