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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경호, 벨칸토창법 진수 들려줬다

주옥같은 이태리가곡으로 여름밤 수놓아

테너도 그렇지만 바리톤도 두 가지 유형의 가수로 구분된다. 성량이 크고 두터운 소리의 드라마티코와 가볍고 부드러운 미성을 바탕으로 한 서정적인 목소리의 레체로, 또는 리리코로 크게 나뉜다. 물론 이 두 무기를 겸비한 가수도 있지만 드문 편이다. 국내 바리톤 가운데 전자는 고성현, 후자는 최현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고성현과 최현수는 현존 국내 최고의 바리톤으로 손꼽힌다.

길경호

고성현은 엄청난 성량으로 유럽에서 활약할 당시 극찬을 받았고, 최현수는 20여 년 전 러시아 차이코프스키 음악경연에서 1위를 차지한 미성의 바리톤이다. 지난 7월11일 대전예당에서 ‘세레나데’라는 타이틀로 열린 바리톤 길경호 리사이틀은 벨칸토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정확한 가사와 아름다운 발성으로 팬들을 매료시켰다. 그는 충청을 대표할만한 바리톤으로 최현수를 방불케 했다.

이날 연주는 이탈리아의 토스티가곡만으로 레퍼토리를 짠 게 눈에 띄었다. 세레나데라는 타이틀이 말하듯 감미로운 토스티의 대표적인 가곡들을 유려하게 연주해 팬들의 갈채를 받았다. 그의 톤 컬러나 딕션이 벨칸토창법을 요구하는 토스티의 가곡과 궁합이 잘 맞는 듯했다. 19C 이탈리아에서 확립된 벨칸토(bel canto)창법은 큰 음량보다는 우아하고, 서정적으로, 아름답게 부르는 창법이다.

이날 연주회는 기존 형식을 과감히 탈피한 게 눈에 띄었다. 사회자를 내세워 간단한 해설을 곁들여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이에 더해 무대 전면에 자막을 넣어 가사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했다. 모든 가사를 이탈리아어로 불러 노래내용을 이해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이날 마이크를 잡은 이은권 교수(한남대)는 맛깔스런 사회로 자칫 지루하기 쉬운 리사이틀을 재미있게 이끌었다.

감미로운 목소리, 감성적 매너 팬들 갈채

전반은 비교적 유쾌한 곡으로, 후반은 슬픈 곡으로 구성해 극명하게 대비시킨 것도 팬들에게 좋은 서비스가 됐다. 전반 6곡은 꿈, 4월, 세레나데, 이상 등을, 후반 5곡은 슬픔,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리, 안녕히 등이었다. 그는 곡 내용에 맞는 다양한 얼굴 표정과 몸동작으로 무대를 완전 장악했다. 앙코르로 부른 토스티의 작은 입술과 한국가곡 산유화, 멕시코팝송 베사메 무초 등도 좋았다.

토스티 곡 대부분은 테너를 위해 쓴 것으로 바리톤에게는 음높이가 맞지 않는다. 특히 ‘새벽은 빛으로부터 어둠을 가르고’는 오페라아리아처럼 고음과 함께 성량이 필요한 곡이다. 따라서 곡 대부분을 1-2도 낮춰 부른 건 너무나 당연하다. 필자는 그동안 길경호를 오페라에서 자주 보았으나 이번 독창회를 보고 오히려 리사이틀에 맞는 게 아닐까 생각됐다. 소릿결이 매우 아름답기 때문이다.

특히 이탈리아 벨칸토에 잘 맞는 스타일이다. 그렇다고 오페라를 못 부른다는 건 아니다. 그가 출연한 수많은 오페라, 예컨대 비제의 카르멘이나 도니제티의 사랑의 묘약, 모차르트의 마적 등에서도 그는 뛰어난 가창력과 연기를 보여 왔었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성악공부를 하고 귀국해 고향인 대전에서 10여 년 전부터 연주활동과 후진양성에 매진해오고 있다. 현재 조선대 초빙교수다.

이번 연주회에서 특기할 것은 반주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악기 하나로 반주했더라면 효과는 반감됐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오케스트라는 가곡 리사이틀에 적합지 않다. 실내악 반주야말로 가장 적당하다. 피아노 박세환을 비롯 바이올린(2) 비올라 첼로 등 5중주로 이뤄진 반주는 아름다운 길경호의 노래를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 또 6백석 규모의 앙상블 홀도 가곡감상에는 아주 적합했다.

권오덕 전 대전일보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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