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17일 박** 선배가 미수기념 문집을 발행했다. ‘격동의 수례바퀴 언론선배가 보내준 문집 “격동의 수레바퀴 언론의 60년”안에 필자가 쓴 ’전우애 뜨거운 열정‘이라는 6.25포성 속 선배가 겪은 6.25 생생한 기록이 있다.

인민군의 기습 남침으로 전쟁이 발발한 1950년6월25일 선배는 38선에서 불과 20km 떨어진 춘천에서 사범학교(현 춘천교대) 졸업반으로 다니던 학생이었다. 당시 우리는 이른바‘ 학도호국단’이라고 하여 학교마다 배치된 장교 밑에서 군사훈련을 받고 있었다.

그날은 일요일에도 장교가 소집하여 학교로 달려갔는데, 오후가 되자 춘천시내로 피난민들의 물결이 들이 닥쳤다.. 이게 전쟁인가? 싶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전쟁이 그렇게 커지리라고는 상상을 못했다.

그런데 다음 날이 되자 시내에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적에게 포를 쏘아야 했지만 포병대대에서 하사관 대부분이 주말 휴가를 나가 있는 나가 있는 상황이라 포탄을 운반할 사람이 없었다.

결국 우리 학생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남춘천역 앞에 있는 탄약고에서 포탄을 운반해 와서 쏴야 했다. 하지만 이틀이 지나자 더 이상 버텨 낼 수 없었고 결국 28일 우리는 피난길에 올라야 했다.

9월이 되어 인천상륙작전으로 국군과 유엔군이 서울을 수복하고 북진을 개시하면서 피난길에 갔던 학생들이 하나 둘 다시 춘천으로 모여들었다. 혹 다시 학교를 다닐 수 있을까 해서였지만 안타깝게도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그길로 육군 직할 유격대로 입대했다. 우리 춘천사범학교 학생 12명이 그야말로 복을 입고 책가방을 맨 채로 입대하게 되었으니 불과 19, 20세의 어린 나이었다. 물론 누가 입대하라고 강요하거나 명령한 것도 아니었다. 순전히 내 손으로 나라를 지켜야겠다는 애국심에 자발적으로 입대한 것이었다.

당시 우리 춘천사범학교 학생들은 모두 수학공부를 했기 때문에 주로 계산력이 요구되는 통신이나 포병, 작전지휘계통의 부서에 배치되어 전쟁을 치렀다. 우리 군이 북진하면서 학도병들 중에는 압록강 부근 신천과 초산까지 진격하다가 중공군의 개입으로 적에게 포위되어 실종되거나 행방불명된 친구들이 많았다.

물론 나도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다. 특히 인제 관대리에서 전투를 치렀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포를 정확히 쏘기 위해서는 고지에 올라가 관측을 해야 하는데 우리 부대는 관측병이 없어서 통신병이 관측장교와 교대로 관측업무를 수행해야 했다. 그날은 내가 올라 갈 차례였는데 괜히 기분이 으스스하고 몸도 아파 올라가기가 망설여졌다.

그때 학교 1년 후배인 최병림이란 친구가 나섰다. “형, 내가 대신 올라갈게”. 그런데 그 친구가 올라가고 얼마 안 있어 중공군이 기습작전으로 고지를 포위하여 점령하는 바람에 그 친구는 결국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다.

그 친구가 내 대신 불행하게 됐다는 생각에 지금도 미안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다.

죽을 고비는 또 있었다. 인제 현리에서 중공군에게 포위되었을 때 옆에서 국군 3사단의 지원공격으로 포위망을 뚫고 탈출, 아무런 피해 없이 무사히 빠져 나온 적도 있다.

전쟁을 치르면서 겪은 온갖 고생들도 헤아릴 수 없이 많다. 밥은 군용 양말로 지어 먹었는데 길 다란 양말에 쌀을 넣고 물에 넣어 몇 번 흔들면 쌀이 씻어진다. 그걸 논두렁에 대고 굴려 진흙을 발라 모닥불에 올려놓고 구우면 주먹밥 같은 모양으로 밥이 되었다. 그걸 먹어가며 싸웠다. 요즘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언젠가 영국의 이튼스쿨을 방문했을 때 1,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전사한 졸업생들의 기념비가 교정에 들어서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일이 있다. 얼마 전에는 헬기와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가운데 잠수부가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알고 보니 미군에서 6. 25때 한강에 추락해 죽은 조종사의 시체를 수색하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보면서 ‘이것이 오늘 날 미국과 영국이 세계 최대 강국이 된 힘이구나!’하는 생각을 했다.

해마다 6.25를 맞으면서 우리 대학생들도 개개인의 이익을 생각하기에 앞서 내가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박천규 전 대전MBC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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