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마리아가 마리아 언니를 찾아왔다. 마리아는 응접실에 들어서 인사를 마치기 바쁘게 남향 베란다로 갔다. ‘언니, 제주석란 좀 봐, 꽃봉오리를 터트리기 시작했어요!’ 보라색을 띈 꽃봉오리는 봉오리를 돌려 바라보는 듯 했다. 마리아 언니를 찾아온 마리아는 22년 전 회갑을 맞은 언니 내외를 위해 회갑기념 제주여행을 주선해 제주석란과의 만남을 주선했던 장본인.

보라색 꽃봉오리를 터트리기 시작한 제주 자생 석란을 보니 지난 해 4월21일에 있었던 봉성체 그 날이 피어올랐다. 이날 봉성체는 여느 때와는 달리 서둘러 오전 일찍 있었다. 새로 부임하신 주임신부님은 오전까지 요양원 원우들까지 모두 봉성체를 마치려고 서둘렀다. 이날 응접실 제대에는 꽃봉오리를 예쁘게 터트려 고개를 들기 시작한 제주석란을 올려놓아 주임신부님을 비롯한 일행을 맞았다.

현관 게이트 맨 벨이 울렸다. 도움을 청했던 요양보호사기 아니고 성당에 다니는 두 자매가 눈웃음 인사를 하며 ‘저희들이 봉성체가 차질이 없이 이루어지도록 도와 드릴 게요’라 했다. 잠시 후 주임 신부님을 비롯한 원장 수녀님과 반장과 구역장 등 반 자매들이 제대 앞에 자릴 잡고 앉아 성가와 가정을 위한 기도를 모두 함께 바쳤다.

요양원에 봉성체를 가기 위해 서둘러 일어난 주임신부님은 제대 위의 놓여 진 제주석란을 유심히 귀엽게 바라 보시더니 미소를 지으시며 무슨 꽃이냐? 고 물으셨다. 제주석란이 우리 집 화분에서 20여 송이 꽃을 이렇게 피우게 된 사연을 간단히 설명해 드렸다. 이에 원장 수녀님을 비롯한 자매들은 다투듯이 서둘러 석란을 핸드폰에 담느라 또 다른 꽃을 피워주었다. 제주석란의 꽃말은 고결함.

박천규 전 대전MBC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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