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 생생한 다니던 초등학교 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을 이름이다. 교장과 담임선생님은 장인어른과 사위 사이. 교장선생님은 얼굴에 주름이 많았고 깡마르신 체격이었다. 담임은 초임발령에 포마도가 반짝이는 머리에 곤색 신사복에 자주색 넥타이를 맸던 말끔한 모습이 생생하다. 교장선생님은 조**, 담임은 심**.

쉬는 시간이면 화단을 가꾸시던 두 선생님의 나무 꽃 사랑 모습이 지금도 한 장의 그림과 같이 아름답다. 교장선생님 관사는 우리 집 이웃에서 넓은 울안을 자랑하고 있었다. 교장 선생님은 딸 둘, 아들 하나를 두셨다. 나는 가끔 친구를 찾아 교장선생님 댁에 놀러갔다. 울안에 들어서면 만나게 되는 둘째 따님에게 인사를 얌전하게 드리면 따님은 두 볼과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음꽃을 피우며 풍금이 있는 방으로 데리고 가 ‘무슨 노래를 쳐줄까?’ 라며 실력발휘.

헌데 어느 날 남동생과 놀던 나는 집 앞 나무다리위에서 실랑이 끝에 친구를 떠밀어 그만 도랑에 빠뜨렸다. 하여 둘은 가벼운 주먹질에 밀고 밀리는 싸움 끝에 각각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 무거운 마음으로 등교했더니 담임선생님이 ‘교장선생님 뵈러 가자’하여 교장실에 들어갔다. 의자에 앉아 계신 교장 선생님에게 공손히 인사를 드렸다. 교장선생님은 아무 말씀 없이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한동안 쳐다만 보셨다. 그러더니 의자에서 일어나시어 내 앞으로 오시며 웃음을 지으셨다. 그리고는 담임선생님을 보시고는 ‘얘야? 하시더니 ’우리**이하고 싸우지 말로 잘 지내라!‘하시고는 ’선생님, 그럼 데리고 나가 보세요.‘

하루는 우리 집에 놀러 자주 오던 이웃 형님이 나를 좀 보자며 불렀다. 형은 ‘심부름 하나 하라!’며 편지 봉투 하나를 주었다.‘야, 교장 선생님 둘째 따님 알지? 이 편지 좀 전해주고 답장 받아 오면 사탕 사줄게!’ 편지를 가지고 찾아갔다. 나를 본 친구 누나는 웬 일이냐?!는 듯이 쳐다보았다. 편지를 내밀었다. 무어냐고 묻는 표정을 짓던 따님은 편지를 받아 방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질 않았다. 그러고 보니 답장을 받아오라던 형의 말을 전하지 못한 것이다.

방에 들어간 누나는 풍금만 계속해서 치다 한 참 만에 나온 누나 손에는 옥수수 가득 든 웬 소쿠리 하나를 들고 있었다. 누나는‘ 조금 전에 따서 너 주려고 찐 옥수수니 많이 먹어라!’며 하나를 들려주었다.

내 손만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형은 ‘사탕과자는 이제 없는 거다’며 나갔다.

박천규 전 대전 MBC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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