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배정의의 과감한 실현 시급

한국 경제가 선진국의 영역에 발을 들여 놓았다고 한다.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이 마침내 3만 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하지만 숫자와 달리 국민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싸늘하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저 출산과 저성장, 고용과 소득의 양극화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그 다음 단계의 성장을 맞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019년 3월 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8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 잠정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은 3만 1349달러로 전년 2만 9745달러 보다 5.4% 늘었다고 발표 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국민소득 3만 달러에는 진입했지만 환율 등의 요인으로 인해 후퇴할 수도 있다>며 <새로운 먹거리 산업을 찾아 성장률을 끌어올려야만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어 4만 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전망은 지속적인 경제 불황으로 앞이 여간 어두운 것이 아니다. 거기에다 정치권은 대통합의 협치는 고사하고 양극화로 치닫고 온 사회는 적폐청산이다 흉악범과 경제사범, 부정과 사회불안으로 뒤범벅이 되고 계층 간 빈부의 위화(違和)감과 갈등(葛藤)이 이미 위험수위에 와있는 느낌이다.

따라서 사회 일각에서 한 결 같이 인간성 회복, 도덕심회복 등을 강조하고 나오는 것부터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이것이 곧 민심(民心)이요, 천심(天心)인 것이다. 수년전에 실시한 <범죄와의 전쟁>은 이렇다 할 성과도 못 거둔 채 계속 숙제로 이어져 왔는가하면 이제는 미세먼지로 숨 쉴 공기마저 수준이하라 하여 도처에 푸념이 무성하다.

정치가 국민의 불신 속에 허우적대고 사회는 계층 간 갈등이 심화되고 심화된 빈부의 격차와 사회 부조리로 오염되어 있는 판에 민생치안(民生治安)인들 온전할 리가 없다.

연일 노동단체의 데모에다 여자들이 마음대로 걸어 다닐 수 없고 어린 생명과 청소년들이 하찮은 탐욕의 재물이 되는 사회는 아무리 물질적 풍요가 있다 해도 결코 우리가 이상(理想)으로 여기는 사회라 할 수 없다. 아니 사회양극화로 이대로 가다가는 사회공동체의 와해가 우려된다는 막말까지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정치권은 사명감과 도덕성이 없고, 공직사회에 부조리가 판을 치며 가진 자의 경제윤리, 거리의 교통질서 그리고 사소한 공중도덕에 이르기까지 가치와 규범이 실종돼가고 있는 것 또한 부인하기 어렵다.

크든 작든 범죄에 대한 공포를 평소에 느끼며 산다는 국민이 대다수에 이르고 있으니 참 으로 섬뜩한 느낌을 준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죄의식을 느끼기는커녕 < 어차피 막판인데 뭘 >하는 식의 자학(自虐)이 죄의식을 마비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가진 자들이 더 불어 함께 잘사는 사회를 등한시 하는 것부터가 큰 문제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는 출범이후 협치를 강조해 오면서도 국민대통합의 정치는 멀리하고 적폐청산 문제, 비핵화 문제, 남북문제, 소득주도 성장문제에만 집중하고 경제 불황, 실업대란, 사회양극화문제 해결을 등한시하고 우왕좌왕(右往左往) 날로 더 심화돼가고 있는 현실을 어찌 할 것인가.

이런 사회병리(病理) 못지않게 많은 공해(公害)로 국민의 목을 죄고 있는 것도 이제는 더 간과하지 못할 한계에 이르고 있다. 민생치안 다음으로 시급히 해결해야할 과제가 <환경보전>이라 할 만큼 전국이 미세먼지 공해에 찌들고 있으나 정부는 여전히 손도 못 대고 안전 문자만 보내고 대책수립에만 급급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해 보인다.

언젠가 환경부가 <환경보전에 관한 국민의식조사>를 한 결과 <환경오염으로 심각한 피해를 받고 있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70%에 달하는 것으로 발표한 적이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정부의 환경보전노력이나 오염 수치발표 등에 대해 76%가 불신하는 대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병리(病理)현상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하기 에 따라서는 영영 구제의 가망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 50여 년 동안 쌓여온 산업화시대의 적폐를 하루빨리 씻어내고 <밝은 사회>를 약속하는 한 가닥 희망을 가져본다. 진작부터 국민의 눈높이에 맡는 정치를 펼쳤더라면 정치의 간단없는 파행(跛行)과 공직자의 부패, 이로 인한 민관(民官)의 이간(離間)인 불신이 오늘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생치안 또한 전쟁을 선포할 만큼 나락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은 있게 마련이다. 권력의 도덕성을 회복하고 분배정의(分配正義)를 과감히 실현하는 것도 시급한 일이다. 이에 덧붙여 집권(執權)으로 쌓인 갖가지 폐해들을 청산하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자치분권(自治分權)등 입법으로 풀어보는 것 또한 슬기일 수가 있는 것이다.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사회가 바로 국민모두가 바라는 민주 복지국가의 사회가 아니겠는가.

조종국 원로서예가‧ 전 대전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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