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수필가가 지인으로부터 전화로 개업 의논을 받았다. 퇴직 후 하릴없이 빈둥대는 남편이 보기 싫어 사업을 구상 중이란다. 동네에 세탁소를 차릴까 계획 중이나 망설여진다며 의견을 구해온 것이다. 전화를 받은 지인은 무엇보다 개업을 하고자하는 세탁소가 기존 세탁소와 불과 몇 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운영 중이라는 사실을 들어 근방에 세탁소가 없는 딴 장소를 물색 신중하게 결심하라고 충고했다.

하지만 **고집인 그녀는 기어코 자신의 염두에 둔 상가에 세탁소를 차리겠다고 했다.

드디어 그녀가 세탁소를 차리고 개업식을 하던 날이었다. 그녀의 창업을 뜯어말렸으나 개업 초대를 외면할 수는 없어 참석했을 때 일이다. 그녀의 가게에서 빤히 바라보이는 건너편 세탁소가 한 눈에 들어왔다. 허름한 간판이 내걸린 세탁소엔 할아버지께서 열심히 옷을 다림질하는 모습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그 곁엔 안경을 쓴 머리가 허연 할머니 한 분이 바느질을 하고 있었다. 간판을 자세히 살펴보니 세탁은 물론 옷 수선도 겸하였다.

그리고 며칠 후 볼 일이 있어 그녀의 세탁소를 찾았을 때 일이다. 할아버지 한 분이 모피 옷 두 벌을 들고 지인의 가게-세탁소를 찾았다. 자신은 건너편 세탁소 주인인데 특수 세탁물을 다루지 않아서 손님이 맡긴 옷을 갖고 왔노라는 말을 한다. 그러면서 개업을 축하한다며 앙증맞은 다육 화분을 내민다. 그런 할아버지를 뵙자 웬지 가슴이 뭉클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지인의 세탁소는 할아버지네 세탁소와 경쟁 관계 아닌가. 견제를 하고도 남을 사이다.

지인도 할아버지 말에 감동한 듯 개업선물을 건네었다. 그 정경에 갑자기 가슴에 온기가 돌았다. 한편으론 건너편 할아버지의 인품에 고개가 숙여졌다. 요즘세태는 이기심이 팽배하여 나 아닌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일엔 매우 인색하다.

박천규 전 대전MBC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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