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과(過)자를 옥편에서 찾아보면 <넘다> <지나치다> <들르다> <허물>등 그 뜻이 여러 가지인 것을 알 수 있다. 그 중에 재미있는 것은 대체로 <지나치다>의 뜻을 가진 이 글자가 <허물> 잘못이란 뜻도 같이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곧 지나친 것은 잘못된 것이고 잘못된 것은 죄악(罪惡)이란 뜻과 크게 다를 바가 없으니 한자는 역시 깊은 의미와 철학을 가진 글자다.

그러면 선인(先人)들은 왜 지나친 것을 죄악이라고 했을까. 그 이유는 자명하다. 과(過)자가 접두사처럼 앞에 붙은 말치고 좋은 뜻을 가진 말이 거의 없으니 말이다.

가령, 과음(過飮) 과식(過食) 과색(過色) 과속(過速) 등만 놓고 봐도, 술 많이 먹어 몸 좋을 리 없고, 밥 많이 먹어 탈날 수밖에 없고, 여자 많이 좋아하다 패가망신 하거나 병들 일 밖에 없고, 차를 급히 몰다가 교통사고 날 수 밖에 없으니 과(過)는 죄(罪)인 것이 분명하다. 그 밖에도 과욕(過慾) 과로(過勞) 과언(過言) 과오(過誤) 과음(過淫) 과태(過怠) 등 과(過)자가 붙은 자 치고 문제 아닌 뜻이 없다.

특히 요즈음 신문, 방송을 보고 들으면 공직자 재산공개의 잘못된 내용이나 자녀교육 문제로 빚어진 죄상(罪相)이 모두 과욕(過慾)과 과열(過熱)에서 연유한 결과이다.

공직자가 지나치게 많은 부동산이나 돈을 갖게 된 것은 과욕의 탓이요, 입시부정(入試不正)을 자행해서라도 자녀를 대학에 입학시킨 것도 부모의 과욕과 과열(過熱)이 초래한 죄악이다.

한국 사람은 대체로 특히 50대가 넘으면 자신이 못살아본 자신의 과거에 대하여 너무 한이 많다고 한다. 또 자신의 위상(位相)이 다소 시시한 점에 대해서도 너무 억울해하고 괴로워한다. 그 결과 무슨 짓을 하던 내 평생(平生) 잘살 수 있는 돈(財物)을 미리 확보해 놓아야 직성이 풀리고, 자식들의 교육도 무슨 수를 쓰든 최고학부까지 가르쳐놓고 보아야 안심이 되는 백성이다.

이런 사고가 팽배하다 보니 땅 투기나 인사부정 등 검은 돈으로 큰 부자가 된 인물이 속출하고, 대학 입시 부정사건도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져 나와 교육부재 교육망국의 한탄 소리가 끊일 날이 없다.

옛날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는데 이는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의 뜻으로 보고 있으나 더 정확하게 본다면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만도 못하다>라고 보아야 옳지 않을까 한다. 따라서 옥살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사법처리의 대상이 된 사람은 스스로 <지나치지만 않고 미치지 못했던들 내가 이런 신세까지는 되지 않았을 텐데>하고 후회와 개탄을 하고 있는 인물이 얼마든지 있을 테니 말이다.

따라서 과음(過飮)은 과오음(過誤飮)이요, 과식(過食)은 과오식(過誤食)이라고 보아 마땅하고, 이런 의미를 아는 지혜가 있다면 앞으로 그 밖에 과색(過色)이나 과욕(過慾)도 자제(自制)할 수 있을 것이다.

유교의 중용(中庸)이나 불교의 중도(中道)가 모두 이러한 과격(過激)을 죄(罪)로 보고 스스로 자신의 인생과 행동(行動)을 삼가고 조심하도록 가르친 것도 <지나침의 잘못>을 미리 지적한 뜻이 아니겠는가?

조종국 원로서예가 · 전 대전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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