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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주(將進酒)를 읊어가며!

그 언제 누군가가 한국인의 기본정서는 멋에 있고 그 멋이란 단어는 맛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피력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물론 한 나라의 민족적 정서를 이처럼 하나의 어휘로 집약할 수는 결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분이 개진한 이론은 확실히 우리 한국인의 정서적 특징을 비교적 절실하게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공감되는 바가 큰 것이다.

확실히 우리 한국인은 고대로 멋을 즐기며 살아온 민족임에 틀림이 없다. 사기(史記)에도 노래와 춤을 즐겨온 민족으로 그 멋에다 서구적 취향에 감염되어 있는 젊은이들이 흔히 말하는 화려하거나 거창하게 꾸민 그러한 것이 아니라 단순하고 소박한 우리네 일상생활에서 우러나온 담백하고 소박한 것을 지칭했던 것이다.

그것은 <잘난 사람은 잘난 멋에 살고, 못난 사람은 못난 멋에 산다.> <그것 참 멋지다> <제 멋대로 사는 사람> <제 멋에 지쳐서> 등 우리가 항상 사용하는 일상어 가운데 깊숙이 스며있는 야단스럽게 꾸미거나 남에게 돋보이기 위해서 허세 롭게 치장하는 요란스러움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마치 석양에 수줍은 듯 피는 박 꽃 같은 운치, 조촐한 가운데 은은히 풍기는 운치 그것이 바로 우리 전통의 멋이 아니겠는가?

멋의 어원이라 일컬어지는 맛에 대한 어휘가 가령 <짜다> <건전하다> <짭짤하다> <짭조름하다> 등 세계 어느 나라의 언어에서도 그 예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미묘한 뉘앙스를 지닌 다양한 어휘를 우리가 지니고 있듯이 이 벗에 대한 우리 민족의 운치 또한 독특한 양상을 지니고 있다.

기와집의 추녀가 날아갈 듯 살짝 치켜 올려진 멋, <버선 코> <고무신 코> <인두 코> 등이 날렵하게 곡선을 이루며 솥은 운치, 열두 폭 치마 자락과 자주고름이 봄바람에 휘날리는 그 하늘하늘한 멋, 그리고 둥그레 하게 곡선을 이룬 초가지붕의 모습 등 생활 속에서 멋을 한껏 살리면서 살아온 우리네 선인들은 생활 자체가 바로 멋이었다.

남향받이 산허리 시냇가 언덕위에 초가삼간 지어 놓고, 토담으로 담장을 치고 싸리나무로 삽짝을 엮고서, 그 울 밖 시냇가에는 몇 그루의 버드나무를 심어 놓기도 했다.

오랜만에 친구가 찾아올라치면 넉넉한 살림살이가 못되어 진수성찬으로 대접을 못할지언정 박주산채(薄酒山菜)나마 정성스레 차려놓고 장진주(將進酒)를 읊어가며 그 친구를 환대했다. 주인과 나그네가 권하거니 잡거니 하는 사이 어느덧 거나하게 취해오면 벽에 걸어둔 오동나무 거문고로 한 곡조를 뜯으니 <먹세근여 먹세근여, 무지무진 먹세근여> 그 즐거움은 신선의 경지가 아니겠는가?

바로 금주상락(琴酒相樂)의 황홀경(怳惚境)~ 이것은 우리만이 지닌 소박한 멋이요, 풍류(風流)다. 칠면조 고기에 양주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 없는 이 경지, 한번쯤 다시 즐겨 봄직한 멋이 아니겠는가?

조종국 원로서예가, 전 대전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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