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문화(農耕文化)의 생활권(生活圈)에서 살아온 탓에 우리네 옛날 선비들은 자연(自然)과의 친화(親和)를 가장 바람직한 일로 여기면서 살았다.

논어(論語)에도 슬기로운 이는 물을 좋아하고(知者樂水) 어진 이는 산을 좋아 한다. 인자요산(仁者樂山)이라 하지 않았던가? 이른바 요산요수(樂山樂水)는 산수간(山水間)에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선비의 자연(自然)과의 친화(親和)를 나타낸 말이다.

또 인생을 물의 이치에서 배우라는 말도 있다. 우리는 일상(日常)자연(自然)가운데도 물을 보면서 살아간다는 뜻으로 관수 대(觀水台)니 관란 정(觀瀾亭)이니 하는 이름을 붙인 정자(亭子)나 누각(樓閣)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맹자(孟子)의 진심 장(盡心章)에는 물을 보는 데는 방법이 있으며 반드시 그 물결을 보라고 했다. 즉 관수유술 필관기란(觀水有術 必觀其瀾)이라 하였다. 여기서 선비들의 요수(藥水)는 단순히 물을 좋아하고 물놀이나 하는 행락(行樂)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물을 보면서 자신의 마음을 맑게 하고 물의 성품(性品)에서 많은 깨우침을 받고자 한데에 그 뜻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사람마다 처지와 형편에 따라 물에서 받는 교훈은 한결같을 수는 없다고 하겠지만, 그런대로 나름의 의미를 찾았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 속담에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이>라는 회남자(淮南子)의 이수화수(以水和水)와도 통한다. 즉 아무리 노력해도 별 다른 보람이 없거나 싱거워 아무 맛도 없음을 비유하여 말할 때 쓴다.

또 우리 속담에 물이 맑으면 고기가 살지 않는다고 했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도 수청 어무(水淸魚無)라 하였으니 둘 다 통하는 말이다. 이것은 지나치게 청렴하고 엄격하기만 할 경우에 사람들이 가까이 따르지 않음을 비유하여 쓰는 말인 것이다.

물은 언제나 낮은 데로 흐른다. 법(法)자가 삼수변에 갈 거(去)자를 한 것을 보면 법이란 물이 흘러가듯 순리를 존중함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사람이 처신(處身)함에 있어 물이 스스로 낮은 데로 흘러가듯 겸손할 것을 가르쳐 준다. 물은 그릇의 모나고 둥근 데에 따라 그 모양을 바꾼다. 이를 일러 수임방원격(水任方圓格)이라고 한다. 자기 생각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생각에도 적응해 가는 태도가 필요함을 말한 것이다.

물은 모든 것을 그 품 안에 받아들이고 이로움을 주고 또 윤택하게 한다. 이를 일러 수선리 만물(水善利萬物)이라고 한다. 사람도 마땅히 물과 같이 넓은 도량을 가지고 널리 은덕을 끼쳐야 함을 말했다. 행어 수(行於水) 즉 물속을 가다라는 말이 있다. 지극한 도리를 따라 행하는 사람은 물 가운데를 가듯 아무런 흠을 잡을 자취를 남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은 바위나 나무와 마찬가지로 그 어떤 형상(形狀)을 가지고 있어도 그 것들처럼 쉽사리 깨뜨릴 수가 없다. 가장 약한 듯 보이지만 그 어떠한 것으로도 깨뜨려 허물어뜨릴 수가 없다. 그 어떠한 것으로도 깨뜨려 허물어뜨릴 수는 없는 것이 바로 물인 것이다. 우리 속담에 < 칼로 물 베기> 획수(劃水)라고 하였듯이 아무리 칼로 물을 베더라도 물이 상처를 입거나 손상되는 것을 우리는 볼 수 없다. 다만 그 칼질하는 노고가 헛될 뿐이다. 따라서 이 말은 헛수고를 비유할 때 쓰이나 어느덧 물의 강인한 일면을 암시하고 있다고 보겠다.

따라서 물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너무나도 절실한 것뿐이다. 고요히 흐르는 물을 보면서 처세의 떳떳한 도리(道理)를 생각한 우리의 옛 선비들은 물에서 한없이 깊은 의미를 건져내어 내 것을 삼았던 진실로 어진 현자(賢者)들 이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도 관수유술(觀水有術)을 터득한, 지난날 우리 선인들의 자취에서 그 무엇인가 느끼는 것이 있어야 마땅하리라, 마음을 가다듬고 물의 모습을 깊게 보는 삶이 되어보자.

조종국 원로서예가, 전 대전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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