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푼이 아쉬운 상황인데 몇 미터 움직이는 것쯤이야 힘으로 밀어야지 별수 있나요?”

19일 오후 대전 서구의 한 대학병원 앞에는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 10여 대가 줄지어 늘어서 있었다.

앞 차량이 손님을 태우고 빠져나가면 뒤 차량 운전자는 자연스럽게 택시 운전석 창문을 열고 인력으로 택시를 이동시킨다.

나머지 차량도 앞 차량 운전자를 따라 택시를 전방으로 이동시키는데 보기에 따라 우스운 광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택시 운전기사에게 이 같은 행동은 생존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일부 회사마다 조금씩 기준은 다르지만, 하루 10만 6000원의 사납금과 연료비 등을 제외하면 한 달 수입이 100만 원도 되지 않는다.

개인택시 한 대만 있으면 먹고 사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말도 모두 옛 이야기일 뿐이다.

연료인 LPG 가격과 연 120만 원에 달하는 보험료, 그밖에 추가 운행비를 제외하면 한 달에 100만 원의 푼돈만 쥐어진다.

택시 기사 박 모(60) 씨는 “손님이 너무 없어서 빈 차로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아 수입에 절반 가까이 연료비로 소모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택시를 몰아 가족이 생활해야 하는데 다가 올 여름방학 비수기를 생각하면 앞이 깜깜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때문에 전국 30만 개인·법인택시 노조가 20일 전면파업에 들어간다.

이들의 요구는 택시의 대중교통 법제화와 LPG 가격 안정화, 택시 연료 다양화, 요금 현실화, 감차 보상대책 등이다.

파업 당일 대전지역 개인·법인택시도 파업에 동참해 상당수가 운행을 중단한다.

이에 따라 파업 당일 출·퇴근길 직장인과 등·하굣길의 학생 등 시민이 큰 불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또 홍보부족으로 많은 시민이 당장 택시 파업이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어 자칫 큰 혼란도 예상된다.

대전시 관계자는 “다른 시·도에 비해 자체적으로 택시지원조례를 지정해 한 해 39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택시 운전자들의 안타까운 사정은 이해하지만, 노조가 요구하는 사항은 중앙정부에서 이뤄져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충청투데이)

양승민 기자  sm1004y@cctoda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