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디로 허접스러웠다.

3평도 채 되지 않을 공간엔 나무박스에 값싼 비닐가죽을 덧댄 의자 3개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같은 소재의 가죽으로 된 소파는 딱 2명만 앉을 수 있고, 아기를 뉘여 기저귀를 갈도록 한 간이침대 2개에도 똑같은 가죽이 붙어 있다.

여기에 정수기와 개수대, 전자렌지 한 대가 시설의 전부다. 장판을 깐 바닥은 더러웠고, 여기저기 갈라졌다. 일평균 4만여 명이 왕래하며, 한 해 운송수익으로 1조 원대를 벌어들이고 있는 코레일의 대전역 수유실은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지난 25일 주말을 맞은 대전역은 대전을 떠나고, 들어오는 인파로 가득했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표지판을 따라 수유실을 찾아가보니 그야말로 가관이다. 역사(驛舍) 한 쪽 구석에 들어가 있는데다 2.5평 규모에 내부 집기는 흉내 내기 수준.

계룡시에 산다는 서 모(33·여) 씨는 “(안이) 너무 좁고 덥고 지저분하다”며 “한 달에 두 세번은 이곳 수유실을 이용하게 되는 데 올 때마다 짜증이 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구가 고향이라는 남 모(37·여) 씨는 “(수유실) 위치가 구석에 박혀 있어 누가 갑자기 들어오면 어떡하나 걱정이다”면서 “누군가 나쁜 맘먹고 들어와 위협하면 아이 가진 엄마가 무슨 방법이 있겠느냐”고 질겁했다.

실제 노숙인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수유실 주변을 맴돌다 문을 열어보기까지 했지만 철도사법경찰이나 직원들의 제지는 없었다. 수유실 바로 앞에 유료로 운영되는 ‘PC존’은 역주변 노숙인 등이 잠깐씩 쉬고 갔다.

서울에서 대전을 왕복하는 조 모(36·여) 씨는 내부 집기가 더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이 기저귀를 갈다보면 물수건이나 손을 씻을 수 있는 비누가 필요한데 전혀 그런 ‘배려’가 없다는 얘기다.

조 씨는 “모유 수유를 하는 여성들을 위한 ‘수유코너’는 보통 칸막이가 돼 있거나 최소한 블라인드라도 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공간 자체가 없다”고도 했다.

허접한 대전역 수유실은 매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받는 문제이기도 하다. 쓴소리를 듣고도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은 코레일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고조되는 이유다.

코레일 대전충남본부 소속인 대전역에서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있었다. 대전역 관계자는 “수유실을 깨끗이 관리해야 하는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며 “(직원 입장에서도) 수유실이 고객들 보기에 민망할 정도”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본사(코레일) 차원에서 올 하반기에 수유실 개선공사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본사에서 하는 일이라 확실하지는 않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내달 1일 대전 서구 갈마도서관은 수유코너(12㎡)를 새로 갖춘 임산부실을 개방한다. 총 41㎡(약 12평) 규모로 조성된 임산부실에는 태교음악 감상코너를 비롯해 출산·육아 관련 도서(45종 65권·그림책 등 300권), 발맛사지 기계, 장난감(25종) 등이 비치됐다. 또 수유용 소파 외 9종 17점의 가구도 들였다.

여기에만 600여만 원의 돈이 들어갔고, 수유실 내부에 온돌방 조성이나 벽면서가 및 수유코너 커텐 설치비를 합해도 전체 사업비는 1000만 원 안쪽이라고 도서관 관계자는 설명했다.

(금강일보)

문승현  papa@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