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옛 산업은행 건물의 활용 방안을 놓고 대전시와 지역 문화계가 접점을 찾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대전시는 ‘안경사 박물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지역 문화계는 ‘시가 매입해 대전시민 공공의 자산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대전시는 30일 대전문화연대, 한국문화마당 등 지역 문화계 시민단체와 간담회를 갖고 산업은행 건물 활용 방안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원칙적으로 대전시민을 위한 공공의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데는 입장을 같이 했지만 방법론에선 여전히 차이를 보였다.

시는 이 자리에서 “현재 산업은행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다비치안경’과 협의해 산업은행 건물을 ‘안경사 박물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비치안경이 산업은행 건물을 매입한 뒤 사회공헌적인 차원에서 건물을 ‘안경사 박물관’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다비치안경 측에 제안했는데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했고 현재 다비치안경 경영진이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다비치안경은 안경사 교육을 위한 안경사관학교(1만 3000명)도 운영하고 있는 만큼 이 제안이 현실화되면 인구유입 효과로 원도심 활성화도 꾀할 수 있다는 계산도 함께 하고 있다.

산업은행 건물 소유가 누구든 간에 건물의 외관을 유지하면서 공익적 차원에서 활용한다면 큰 무리가 없지 않겠느냐는 게 시의 입장이다.

지역 문화계 시민단체는 그러나 “시의 제안은 차선책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산업은행 건물은 역사성을 갖는 근대건축문화유산의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시가 건물을 매입해 건물을 보존하고 공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박은숙 대전문화연대 사무국장은 “안경사 박물관은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 못한 대안이다. 대전역과 충남도청을 중심으로 전체적인 관점에서 근대건축문화유산을 활용할 방안을 결정해야 한다”며 “산업은행은 현재 대전이 보존·활용할 수 있는 마지막 유산이기 때문에 민간이 매입하는 것보다 지자체가 매입해 효과적인 활용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접점을 찾기 위해선 일단 산업은행 건물 매입을 위한 예산이 가장 큰 변수인 만큼 현재 공매로 나온 산업은행 건물 활용 방안에 대한 토론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금강일보)

강선영 기자  kkang@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