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유적과 나의 인연

신문사 기자를 전문지식 없이 용케도 정년까지 마쳤다. 그러니 ·오죽 했겠나 싶은 자괴감도 느낀다. 나는 통산 30년의 신문사 기자 생활 가운데 69년부터 95년까지 26년간 이 고장에서 일했다. 95년 정년 후 바로 중앙박물관회에서 주관하는 교육프로그램에 등록을 했다.

5년이 훌쩍 지나갔다. 1주일에 한 두 번 씩 하는 교육이지만 대전에서 서울까지 기차통학을 해야 했다. 교육프로그램이란 2000년도 1학기 일정표를 예로 들어보면 대강 아래와 같았다.

유화로 그린 백제기와

초원과 오아시스의 문화(중앙아시아의 역사 지리적 개념풍토), 중앙아시아의 고고학적 성과, 채문토기 옥청동기 문화,  한대 남북조시대(bc 2~6 세기)의 서역문화, 불교의 전래 및 석굴미술, 당과 서역문화, 당의 아시아진출과 소구드 인의 활약, 조로아스터교, 마니교, 경교, 중앙아시아의 제종교 문화, 중앙아시아의 투르크화 이스람화, 천산 위그루 왕국과 카라한조, 중앙아시아와 고대한국문화, 열강의 아시아문화 탐험과 오따니 컬렉션 등의 내용이었다.

이와 유사한 교육프로그램을 5년 연속 들었다.

1년 학기를 마칠 무렵까지는 타이트한 교육프로그램에 쫓기어 주변을 살필 엄두를 내지 못 했다. 2년쯤 지난 후 포항에서 이 교육을 이수하러 오는 수강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한참 후에 알고 보니 같은 대전에서도 두어 명의 수강생이 확인되었다.

수강 중 국내 역사문화 유적지는 물론 일본 대만 등 외국 역사유적지도 탐방하는 기회가 있었다. 재직 시 유명한 공주 무영왕릉 발굴 취재에 일익을 맡았던 본인으로는 다시 한 번 이런 기회가 주어진다면 멋진 기사로 지면을 장식 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꼈다.

앞서 설명한대로 어렵사리 박물관강좌를 들은 것은 재직 시 이 고장에 수없이 산재되어있는 역사유적과 유물에 대한 취재경험 때문이었다. 더더욱 백제관련 취재경험은 나로 하여금 취재이상의 흥미와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몇몇 사람들과 함께 옛터를 생각하고 돌아보는 모임을 조직했다. 85년의 일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만든 모임이 지금까지 지속될지는 나도 몰랐다. 나는 85년 퇴직 후 박물관강좌를 듣는 등 거의 손을 떼다시피 했으나 젊은 회원들이 꾸준히 고적답사를 이어 20몇 년 간의 역사를 이루어낸 것은 거의 기적 같은 일이다.

김세영 전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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