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퇴직하자마자 경복궁 울안에 있던 중앙박물관 특설강좌를 신청해 들었다. 대전에서 서울까지 무려 5년간이었다.

재직시 공주 무령왕릉 발굴 작업을 보면서 내 딴에는 느끼는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경복궁 서쪽 담 밑에는 조선총독부 건물철거당시 잘려 나온 몇 점의 석조물이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조선총독부 건물 상투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 돌조각은 그 처량한 모습을 보이고는 있었으나 건물 정상부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 천하를 호령하던 권위의 상징이었다.

조선총독부 건물이 철거될 당시 나는 웃지 못 할 한 장면을 목격했다. 철거현장 한 구석에 임시판자집이 하나있었다. 무심코 다가가 보았다.

사라진 조선총독부 건물

일본인 관광객 서넛이 그 부서진 돌조각을 사서 가방에 챙기고 있지 않은가 ? 주먹만 한 부서진 돌조각을 당시 담배 한 갑 정도의 돈을 주고 사가는 일본인. 얼마나 아쉬우면 깨어진 돌조각을 챙겨갈까 참으로 기가 막혔다.

이곳이 우리왕조의 권부였음을 다시 나타나게 되었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김영삼 대통령은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야한다`면서 총독부 건물을 철거해버린 것이다.

우리 국민사이에서도 찬반양론이 일어나 쉽게 가라앉을 것 같은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얼마 후 잠잠해졌다.

조선총독부는 1926년에 완공되어 1995년 철거될 때까지 69년간 일제식민통치의 최고 권부였었다. 경복궁 근정전을 가로막고 버티고 서 있던 총독부건물이 없어지자 광화문 광장에서도 근정전 지붕이 보이고 날씨 좋은 날에는 그 뒤 궁궐 지붕들이 아련히 들어난다.

그러면 내가 보았던 총독부 건물의 첨탑부분의 상투는 그 후 어떻게 되었을까? 독립기념관 서쪽 한옆 5미터 지하에 옮겨져 역시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멈추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높이 8.5 미터, 무게 30톤의 이 첨탑은 일본인이게나 우리민족에게나 시사하는 바가 너무나 큰 역사물이다. 철거당시 일본정부는 철거비용을 전액 부담할 것을 조건으로 다른 곳으로 이전재건하기를 요청했다고 한다.

우리는 이 사건을 잊어서는 안 된다. 조선총독부의 상투가 다시는 보이지 말아야한다. 우리는 삼국시대 일본을 가르치던 역사를 상기해 보자. 우리는 그들보다 몇 수 위의 문명국이 아니었던가.

김세영 전 조선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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